위기 때 반등폭 컸던 대장주
코스피지수는 지난 20일 600억달러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힘입어 108.51포인트(7.44%) 오른 1566.15에 마감했다. 8거래일간 30% 가까이 떨어진 폭락장 이후 상승 전환이었다. 하지만 이날 뒤늦게 장이 열린 미국 3대 증시가 각각 4% 안팎 추가 하락하면서 이번주 증시 분위기도 살얼음판이다.
다만 지난주 벌어졌던 극단적인 패닉 상황에서는 벗어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증시가 소강 상태로 진입하면 업종 대장주를 중심으로 조심스러운 반등 시도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리세션(경기침체) 공포에서 리커버리(경기회복) 기대로 시장 국면이 전환될 때 대응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위기 상황 때마다 대장주가 반등장을 주도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1100선이 무너지면서 2017년 말 대비 54.5% 폭락했다.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2010년 10월 1897선까지 80%가량 반등했다. 당시 대장주들의 상승폭은 이보다 훨씬 컸다.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90% 올랐고, 현대자동차는 230% 넘게 급등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도 마찬가지다.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 8월 코스피지수는 1800선까지 하락했지만 1년 뒤인 2016년 8월 주가는 2000선을 넘으면서 12%가량 상승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36.36%에 달했다. 이번 코로나19발 하락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대형주는 결국 오른다’는 믿음으로 이례적인 매수 행렬을 보인 것도 이 같은 학습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강봉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단기 약세와 중기 상승 국면에서 가장 교과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은 핵심 주도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는 것”이라며 “올해 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폭이 큰 업종별 대표주가 코스피지수보다 강한 반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주도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SDI, 삼성전기,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이 꼽힌다.
중후장대 기업, 자사주 매입 적극적
증시가 연일 폭락할 때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들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대규모로 자사주 매입 행렬에 나서는 기업도 적지 않다. 공포심리로 주가가 크게 추락하고 있지만 이 국면이 지나면 장기적으로 실적과 주가 모두 회복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20% 이상 떨어진 조선·철강·에너지 등 중후장대 기업들이 주가 부양에 더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중공업지주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5월까지 1293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기로 했다. 배당 성향도 앞으로 3년간 70% 이상 유지하기로 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놨다.
1년 사이 주가가 40% 가까이 폭락한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부터 5785억원 규모의 자사주 462만8000주 매입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회사가 보유 중인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280만 주를 다음달 소각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도 5월까지 304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기로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