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2조달러(약 2490조원)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경제 살리기에 쏟아붓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내놓았던 7000억달러 재정 부양책을 크게 넘어선다. 독일 영국 등도 초대형 경기 부양책을 속속 내놓으면서 전 세계의 부양책 규모가 세계 GDP의 10%가량인 8조달러(약 1경원)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양책과 관련, “(의회) 협상가들이 합의에 근접했다”며 “이 부양책은 기업들이 모두 유지되고 근로자들은 임금을 계속 받아, 둘 다 함께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와 관련, “(상원과 논의 중인) 경기부양 패키지는 미국 GDP(20조달러)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2조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1조달러 규모이던 부양책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기업 파산과 대량 해고가 현실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커들로 위원장은 “상원에서 총 1조3000억~1조4000억달러 규모로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추가로 자금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의 에릭 우랜드 의회 담당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조달러는 미 중앙은행(Fed)의 조치까지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ed는 지난 15일 총 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기로 했다. Fed의 부양 규모를 제외하면 1조4000억달러이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7000억달러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은 경기 부양 패키지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23일 최종 표결에 들어가는 게 목표임을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양책이 시행되려면 상원에 이어 하원을 다시 통과하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야 한다. 22일 협상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민주당)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양책 확대는 초대형 위기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일 미국 경제 성장이 1분기 -6%, 2분기 -24%로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5일 1분기 0%, 2분기 -5.0%로 추정한 지 닷새 만에 다시 크게 떨어뜨린 것이다. 이는 기존 최악 기록인 1958년 -10%를 대폭 밑돈다. JP모간도 2분기 GDP가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또 26일 발표될 주간 신규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225만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주 28만1000건보다 여덟 배 증가한 수치다. 또 1982년 10월 기록한 최고기록 69만5000건보다 훨씬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다음주 청구 건수가 30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3.5%인 실업률이 향후 몇 분기 동안 9%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각국이 GDP 10%를 넘는 대규모 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독일 정부는 GDP의 10%에 달하는 3560억유로(약 476조원)를 쓸 예정이다. 1560억유로는 추경 예산으로 쓰고 2000억유로는 기업지분 인수용 펀드와 대출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경영난에도 해고 대신 휴업·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한 모든 기업에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의 80%를 일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월 한도는 최대 2500파운드(약 370만원)에 달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정부는 기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기업도 근로자들의 편에 서달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1000조원이 훨씬 웃도는 부양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다음달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김현석/런던=강경민/도쿄=김동욱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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