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뭉크 '아픈 아이'

입력 2020-03-23 17:28   수정 2020-03-24 01:31

창백한 소녀가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다. 핏기 없는 얼굴, 퀭한 눈…. 어딘가 아파 보인다. 그 옆 의자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고개를 떨군 채 아이의 손을 잡고 있다. 쾌유를 기도하는 것일까. 절망적 상황에서 울고 있는 것일까.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1886년작 ‘아픈 아이’다.

뭉크는 너무 일찍부터 크나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어머니는 뭉크가 다섯 살 때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9년 후엔 한 살 위 누나 소피도 같은 병으로 잃었다. 여동생과 아버지는 우울증을 앓았고, 뭉크 자신도 병약한 데다 조울증과 알코올 중독, 신경쇠약으로 고생했다. ‘절규’ ‘엄마의 죽음’ ‘불안’ 등 그의 작품에 드러난 죽음과 불안은 이런 가족사 때문이다. ‘아픈 아이’는 누나의 죽음을 지켜봤던 기억을 떠올려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침대 옆에 앉은 여인은 엄마 대신 조카들을 돌봤던 뭉크의 이모로 알려져 있다.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병이다. 결핵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침과 비말(飛沫)에 의해 전염된다. 24일은 독일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한 것을 기념해 결핵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해 제정된 ‘세계 결핵의 날’이다. 전염병 없는 세상을 기원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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