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윤성 "좋은 수업 같았던 '미스터트롯', 인생의 전환점 됐죠"

입력 2020-03-24 08:52   수정 2020-03-24 09:46


황윤성이 '미스터트롯'에서 유쾌하게 트로트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이돌 그룹 로미오로 데뷔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달려왔지만 야속하게도 스포트라이트는 매번 그를 외면했다. 그렇게 자꾸 멀어지는 것만 같았던 핀 조명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다지고 출연한 '미스터트롯'에서야 그에게 닿았다.

2015년 보이그룹 로미오로 데뷔한 황윤성은 최근 종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아이돌부로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았다. 난생 처음 도전하는 트로트 장르였지만 그는 퍼포먼스를 가미한 흥겹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며 최종 11위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한경닷컴과 만난 황윤성은 "사실 다 너무 잘하는 분들이라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또 쉬운 미션이 단 하나도 없었기에 정신을 단단히 잡았다"고 말했다.

황윤성과 트로트의 만남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앞서 아이돌 그룹으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변함없이 무대가 그립고, 노래가 하고 싶었던 황윤성이 만들어낸 운명 아닌 필연이었다. 황윤성은 "'미스터트롯' 지원서를 PC방에서 직접 작성했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한 거였다"면서 "아이돌로 활동할 때는 방송도 나오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목소리에 트로트 창법이 스며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이돌을 준비할 때는 그게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너무 좋게 작용했다"고 털어놨다.

절실했던 만큼, 더 이를 악물고 준비한 황윤성이었다. 그는 '미스터트롯' 출연을 준비하던 때를 떠올리며 "정말 죽기 살기로 했다. 빨래통에 빨랫감이 맨날 꽉 차 있었다. 매번 빨래를 해도 쉬지 않고 연습을 하니 빨래통이 금세 바로 차더라. 그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황윤성은 "로미오라는 그룹 자체가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한다. 리더 형이 연습을 많이 시키던 게 몸에 배어 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욕심이 있었다"며 웃었다.

마지막 기회라는 압박과 함께 혼자서 무대를 채워야한다는 생각 또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는 "항상 일곱 명이 무대를 하다가 덩그러니 혼자 춤 추고 노래하려니 감이 안 잡히더라"며 "난 사실 춤을 그렇게 잘 추는 멤버가 아니었다. 군무를 할 때도 항상 사이드에 서곤 했다. 그랬던 내가 혼자 춤추고 노래하려니 너무 어색했다. 발가벗은 기분이었는데 그게 보여주기 싫어서 더 악착같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된 경연 과정에서 그를 지탱해준 것은 부모님이었다고. 황윤성은 "힘들 때마다 부모님과 전화를 하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잠깐이라도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나더라. 이번 기회에 부모님에게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으로 '내가 여기서 지면 안 되지'라며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그는 '미스터트롯' 예선전에서 '사랑 반 눈물 반'으로 올하트를 받고는 눈물을 보여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저릿하게 만든 바 있다. 당시를 회상하며 황윤성은 "믿기지가 않았다. 너무 감동이었다. 올하트 조명도 되게 예쁘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그동안 고생했던 게 주마등처럼 스쳐갔다"며 "방송을 볼 때마다 울고 있더라. 원래도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많다는 말을 들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며 쑥스러워했다.

과거 JTBC '믹스나인'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는 황윤성은 "과정은 '미스터트롯'이 더 힘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장르 자체가 다르지 않냐. 트로트의 맛을 어떻게 살려야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원래 트로트를 부르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정신적, 체력적 에너지 소모가 컸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믹스나인'도 물론 힘들었다. 특히 그때는 방송에 비춰진 게 없어서 보상 받는 기분이 없었는데, '미스터트롯'은 준비하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 계속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았다"고 말했다.

황윤성이 악착 같이 열심히 한 또 다른 이유로는 팬이 있었다. 그는 "기존 팬분들 중에는 내 모습에 속상해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놀랐다는 반응이었다. 첫 티저가 나왔을 때 '네가 왜 거기 있냐'는 말도 있었다"면서 "실망하시지 않도록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런 야무진 각오가 시청자들에게도 닿았던 걸까. 황윤성은 방송 내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열렬한 시청자 지지 속에 11위로 경연을 마칠 수 있었다. "진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였던 것 같다"며 웃음을 보인 그는 "댓글에 '이 악물고 하네', '내가 25살때 저렇게 기 쓰고 했었나', '간절함을 넘어 처절하다'라는 말들이 있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아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댓글을 안 보려고 했는데 보게 되더라. 예전에는 황윤성을 쳐도 나오는 게 없었는데 요즘에는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황윤성은 '미스터트롯'을 거치며 한층 단단해질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참가자들한테 의지도 하고, 트로트를 잘 모르니 많이 배우기도 했다"며 "휴대전화로 처음 준비할 때 녹음했던 영상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낀다. 물론 지금도 더 배워야하지만 초반에는 정말 부족했다. 형들이랑 같이 경연하고 노래하면서 많이 배우게 됐다. 내게는 좋은 수업이었다"고 털어놨다. 초반에는 아이돌 가수와 트로트 가수를 두고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많았지만 이 또한 함께하는 참가자들을 통해 해소했다고. 황윤성은 "형들의 무대를 보면서 트로트가 정말 멋진 장르라는 걸 알게 됐고, 나도 하면 할수록 더 좋아지더라. 트로트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트로트의 매력에 대해 묻자 "부르면서 흥이 난다. 꺾기와 간드러짐이 잘 맞아 떨어지면 부르는 게 재밌더라. 아이돌 활동 때와는 제스처도 많이 달라졌는데 자꾸 손으로 뭘 하려고 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웃기더라. 제스처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로트는 일반 가요와 다르게 고유의 맛을 많이 살려야해서 확실히 어렵다. 나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 구성지게 부르기 위한 연습을 많이 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윤성은 '미스터트롯'을 전환점이라고 표현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새롭게 도전할 기회이자 장르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또 아이돌로 데뷔했을 때는 못 느꼈던 여러가지 감정들이 와닿기 시작하더라.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걸 보면서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중들의 관심도에서 이전과는 다른 무게를 체감하고 있다는 그는 "노력하는 모습을 예뻐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는 트로트 가수 황윤성으로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로미오의 멤버로, '미스터트롯'의 출연자로 매 순간 땀과 눈물을 흘려온 자신을 향해서도 "반 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 처음 나갈 때 고민하던 네가 떠오른다. 힘들어하면서 숨어서 연습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절을 다 겪고 나서 지금의 너를 보면 정말 대견하다. 생각보다 잘해줘서 고맙다"는 씩씩한 인사를 건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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