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서 현지 정유사들도 가동률을 높이는 중이다. 반면 정유업계 최대 수요 지역인 미국, 유럽 등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석유제품 시장에서의 공급과잉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2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JLC는 중국 산둥(山東) 지역 정유사 가동률이 지난주 49%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2월 말(37%) 대비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특히 이번 주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개선됨에 따라 가동률이 57% 안팎으로 크게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가동률은 회복 중이나 중국 이외 지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품 수요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제품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유럽 등 지역의 이동·운송 제한 확대로 휘발유 등 수송용 유류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북미 지역의 휘발유, 등유, 경유 수요 비중은 43%로 중국의 12%보다 현저히 높아 수요부진으로 인한 타격이 더욱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미 '마이너스 정제마진' 여파로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놓여있다. 정제마진은 지난 16일 배럴당 마이너스 2.48달러로 내려앉아 1997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뒤 소폭 회복하고 있으나 20일(-0.31달러)에도 '역마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9일(현지시간)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20일 다시 배럴당 10.6% 폭락해 국제유가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과 재고 평가손실 확대로 정유기업 1분기 실적은 크게 악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이달부터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10∼15% 낮췄고 현대오일뱅크도 가동률을 약 90% 수준으로 조정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아직 공장을 정상 가동 중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동률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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