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년간 늘린 공무원…20년간 정원 확대보다 많아

입력 2020-03-24 17:17   수정 2020-03-25 01:26

정부가 국가공무원 정원을 지금보다 7170명 확대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20년간 한 번밖에 오르지 않았던 정원 상한이 최근 3년 연속 상향 조정되는 것이다. 인건비와 연금 등 재정 부담이 커짐에 따라 정원 조정을 법률 개정 사항으로 고쳐 무분별한 증원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국가공무원 정원 상한을 31만5293명에서 32만2643명으로 7170명 늘리는 내용의 ‘국가공무원총정원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1998년 제정된 국가공무원총정원령은 교육공무원과 검사, 사법부·입법부 등을 제외한 국가공무원 정원의 상한을 정한다. 상한은 실제 근무하는 현원보다 수만 명 높게 책정돼 있어서 그동안은 조정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이번 정부 전까지는 2013년에 2만 명 올린 게 다였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는 3년 연속 개정했다. 임기 내 공무원을 17만 명(국가직 10만 명, 지방직 7만 명) 증원하겠다는 정책 때문이다. 이 기간 늘어난 정원은 2만8481명으로, 지난 20년간 증가폭보다 8000명 이상 많다.

증원 계획은 착착 이행되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등을 합친 전체 공무원 현원은 2018년 2만5000명, 작년엔 3만3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3만1000명 증원할 계획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올해 공무원 인건비 5.6兆 급증…지난 3년치 증가분 훌쩍 넘어섰다

전체 공무원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공무원은 99만4000명이었다. 2017년 106만1000명으로 5년간 6만7000명 늘었다. 하지만 2018~2020년 3년간은 8만9000명이 증가해 올해 말엔 115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공무원 급증으로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연금 등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공무원 인건비 예산은 올해 39조원으로, 2017년(33조4000억원) 대비 5조6000억원 불어났다. 이전 4년간(2014~2017년) 증가폭(4조5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다. 현 정부 들어 1인당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3%대에서 1~2%로 낮췄음에도 공무원 수 증가폭이 커 인건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재직 중인 공무원에게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추정한 ‘공무원 연금충당부채’도 2017년 675조원에서 2018년 754조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9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공무원연금은 지금도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액 지출이 많아 매년 혈세로 수조원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

정부 부문이 비대해지면서 민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행정 부처 가운데 주로 인력을 늘리는 곳은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등 규제 기관인데, 이들의 영향력이 세지면서 기업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매년 인력이 수천 명씩 증원되는 경찰도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권력이 너무 비대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공무원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2029명 증원이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공무원 늘리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 인건비 예산은 국회 ‘특별 의결’이 필요한 것으로 규정해 심사를 강화하면 증원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가공무원총정원령은 시행령으로 정부가 자유롭게 상한을 올릴 수 있다”며 “이를 법률로 격상해 국회의 견제를 받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국회에서 국가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것을 막으면 지금처럼 매년 3만 명 이상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매년 수조원씩 적자를 내고 있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은 당초 목표에 못 미치는 ‘미봉책’에 그쳤다”며 “미래 세대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금을 제대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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