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트럼프 "美 경제활동 곧 재개"

입력 2020-03-24 17:34   수정 2020-06-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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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경제활동이 곧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방역조치 완화를 시사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럽에선 영국이 사실상 2인 이상 외출금지령을 내리는 등 제한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정례 기자회견에서 “치료가 문제 자체보다 더 나빠선 안 된다”며 방역조치 완화 방침을 밝혔다. 특히 “미국은 셧다운(정지)을 위해 건설된 게 아니다”며 경제 활동 재개 시점에 대해 “3~4개월보다 훨씬 더 빨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6일 발표한 ‘15일간의 외식·쇼핑·여행 자제, 10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완료되는 이달 말께 방역조치 완화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적 격리 때문에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자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24일(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 확진자가 4만6000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느슨했던 영국은 방역조치를 대폭 강화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대국민성명을 통해 3주간 공공장소에서 2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기로 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집에 머물라’는 자택대피령을 내렸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군대까지 동원해 이동을 감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중국은 25일 0시를 기해 후베이성 봉쇄를 해제하기로 했다. 우한에 대해선 다음달 8일 0시부터 외부로 나가는 교통 통제를 해제한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대선에 몸 단 트럼프, 방역조치 완화 시사…美 보건당국 '화들짝'
코로나 충격으로 대량 실업사태…호황·증시 상승 '최대 치적' 물거품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3일 하루에만 1만2000명 넘게 늘어 4만6000명에 달했다. 중국(8만1000명), 이탈리아(6만4000명) 다음으로 많다. 사망자 수도 540명에 달한다. 이날 하루에만 150명 넘게 늘었다. 당분간 상황이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경제 재개’ 방침을 시사하면서 ‘경제냐, 방역이냐’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섣불리 경제 재개를 했다간 더 큰 방역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역조치 완화를 검토하는 건 눈앞에 닥친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우려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연환산 기준으로 올 1분기 -6%, 2분기 -24%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금융회사의 경고뿐만이 아니다.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영업중지)으로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50% 감소하고 실업률은 30%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방역조치가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그 결과 자살 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명도 허약하고, 경제도 허약하다”며 “두 가지를 다 지켜야 한다”고 했다. 또 “매우 활발한 독감 시즌이고 사망자 수가 5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지 모른다”면서도 “자동차 사고는 우리가 말하는 어떤 수치보다 훨씬 크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에게 더 이상 차를 몰지 말라고 하진 않는다”고 빗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의식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경제 호황과 이에 기반한 주식시장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 캠페인에서 빼놓지 않고 자랑한 치적이었다. 코로나19는 이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곤두박질치는 주식시장에 집착한 채 여름까지 미국이 셧다운돼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경제계도 경제 재개를 위한 로비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내 경제팀은 일정 수준의 경제 재개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방역팀은 당분간 상황이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섣부른 경제활동 재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톰 잉글스비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 소장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감염률과 사망률이 치솟는 이탈리아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이달 말께 이뤄질 전망이다. 16일 자신이 발표한 ‘15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이 종료되는 대로 방역 상황과 경기 등을 고려해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이드라인을 완화해도 미국 내 코로나19 진원지로 꼽히는 뉴욕,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일부 주에 대해선 각 주가 부과한 재택대피령, 영업 제한 등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경제 재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유럽에선 여전히 엄중한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3일 이동제한령을 발표했다. 조치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이날 저녁부터 필수품을 구입하기 위한 쇼핑, 운동, 치료, 불가피한 업무적 출퇴근 외에는 반드시 집에 머물러야 한다. 아울러 함께 거주하는 사람 외에는 두 사람 이상이 공공장소에 모이는 것이 금지된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이동제한령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런던=강경민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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