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쏟아지는 대책, 조기 집행해 실기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입력 2020-03-24 18:27   수정 2020-03-25 00:15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도산을 막겠다”며 지난주 1차 회의 때 발표한 50조원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규모를 1주일도 안 돼 두 배로 늘렸다. 100조원은 크게 보아 금융시장 진정에 48조5000억원, 기업 경영애로 해소에 29조1000억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22조5000억원 등이다.

정부는 “정책 금융기관들이 단기적으로 감내 가능한 최대 수준으로 자금(대출·보증)을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 도산 방지에 대한 비상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 각국의 대규모 선제대응에 비해 한발 늦긴 했지만, 모처럼 해결 방향을 제대로 짚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음식·숙박·도소매·서비스업, 항공·관광을 넘어 제조업 등 주력산업으로까지 지원범위를 넓힌 이번 대책에 주식시장이 급반등으로 화답한 데서도 전방위적인 기업 지원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지난 1차 대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대책에만 집중하다 보니 마비상태로 치닫는 금융시장과 곤두박질치는 실물경제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위기의 본질을 냉철히 보지 못하는 부분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대기업도 지원대상”이라고 했지만 29조1000억원이 배정된 기업경영안정자금은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약자 우선’이라는 취지로 이해되지만, 경제 전반에 쓰나미처럼 전방위로 들이닥친 위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업 규모가 크다는 점만으로 지원순서에서 뒤처져야 할 이유는 없다. 이번에 부활시킨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등 보완책을 통해 우리 경제의 주축인 핵심산업들에 선제적인 지원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오래전에 기업어음(CP) 발행 전담기구를 만든 데 이어, 무제한 양적완화와 우량 회사채 매입을 선언하는 등 ‘초슈퍼 지원책’을 동원하는 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수출 최전선의 한국 대기업들이 경쟁국 기업보다 불리한 싸움에 몰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

정부 지원책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도록 세심하고 빠른 집행에도 신경써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부의 지원이 금융회사의 유동성 확대에만 머물고 기업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부분 ‘4월’로 잡고 있는 시행시기도 앞당겨야 할 것이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3월 말은 배당금을 줘야 하고, 결산 후 새로운 자금 소요도 많은 시기인 만큼 지원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한국은행의 역할 확대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 물론 한국은행법상 회사채나 CP 직접 지원이 불가능한 데다 비(非)기축통화국인 한계를 감안할 때 ‘발권력’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초유의 상황인 만큼 국책·민간은행의 유동성과 신용 보완을 통한 간접지원 방안 등 다양한 비상대책 마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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