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변인의 꿈은 부동산 투기 논란이 벌어지기 전까진 ‘정치인’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대변인 시절 완강하게 총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청와대를 떠날 때도 문 대통령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대통령과 상의 없이 불쑥 사퇴의 변을 냈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택한 자신의 행보가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됐다는 게 싫었을 것이다.
지난달 3일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는 멈춰설 시간”이라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대변인은 한 달여 만에 불출마 글을 삭제하고 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당적을 바꿨다. 번복 논란이 일자 “새로운 기회가 열렸기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을 돌렸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외치던 그는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 보면 서로 다른 종류의 반찬이 두 개가 올라오는 것”이라며 열린민주당을 택한 자신의 행보를 애써 합리화했다.
그는 이제 열린민주당 비례순번 4번으로 불린다. 당시 김 전 대변인의 사퇴 글을 보고 “맘이 아프다” “눈물이 핑 돌았다”던 청와대 참모들은 “저렇게까지 해서 국회의원이 하고 싶은 거냐”며 자조 섞인 비판을 내놓고 있다.
사퇴 요구가 빗발쳤던 최 전 비서관 역시 비례대표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인 지난 16일이 돼서야 청와대를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대통령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안에서 대통령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총선’이라는 진짜 이유를 감춘 채 ‘문 대통령을 위해서’라는 대의(大義)를 내건 셈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열린민주당행(行)을 택했고 당선권인 비례순번 2번을 챙겼다. “역사를 가로막고 뒤로 돌리려는 세력이 있다. 앉아서 볼 수만은 없어 이 자리에 섰다”는 출마의 변은 대의보다 개인의 정치적 욕망이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내건 기치는 개혁이다. 언론과 검찰개혁을 위해 자신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상식과 정의를 뒷전으로 밀어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을 ‘상식과 정의’라고 규정했다. 시대정신을 저버린 이들이 언젠가 개혁의 대상이 되진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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