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러시아, 쌀·밀 수출금지…코로나發 '식량전쟁'

입력 2020-03-25 17:21   수정 2020-03-26 01: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식량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당장 베트남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곡물 수출국이 수출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 정부는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중국, 필리핀, 아프리카 등지로 쌀 637만t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이 쌀 수출을 금지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지에서 식품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베트남의 올해 1~2월 쌀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나 늘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베트남 내에서도 쌀이 부족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식량 안보는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 20일부터 10일간 곡물 수출을 금지한 것도 자국에서 곡물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16일부터 관내 영화관, 도서관 등이 폐쇄조치되면서 식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러시아 소매기업협회는 “이번주 들어 곡물과 통조림 수요가 200% 늘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국산 농산물 수출길을 막아서는 국가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22일부터 쌀, 밀, 보리 등 곡물과 당근, 양파, 양배추 등 채소류의 수출을 금지했다. 세르비아는 18일부터 밀, 설탕, 식용유 등의 반출을 막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은 25일부터 주요 생산 품목인 양파 수출을 중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사태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식품 사재기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의 역내 식품 수급 상황이 비교적 안정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유럽과 미국에서도 조만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농산물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국가의 농업 부문은 주로 이민자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국경봉쇄 등으로 인력 이동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압돌리자 아바시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물자 이동이 어려워져 공급 쇼크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식량 공급 부족 사태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쌀은 일부 수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국내산을 사용하며 자급률이 100%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밀, 콩 등의 수입 선적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연일/이태훈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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