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은 이화여대 간호대 연구진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에서 생산된 주요 가짜뉴스 200여 건을 수집하고, 이 가운데 한국과 미국에 공통적으로 확산한 정보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가짜뉴스의 몇 가지 특징을 도출할 수 있었다(자세한 분석 내용은 IBS의 ‘코로나19 과학리포트’에 실려 있다).
진실이 국경 넘는 데는 시간 걸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만국 공통의 가짜뉴스다. 마늘 섭취, 소금물로 입안 헹구기, 참기름을 콧속에 바르기 등의 민간요법과 10초간 숨 참기로 감염 여부를 자가 진단하는 방법 등이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오래전 이들 정보가 거짓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국경을 쉽게 넘어간 가짜뉴스와 달리, ‘팩트체크(사실확인)’된 정보가 국경을 넘는 데는 꽤 긴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중국에서만 퍼진 가짜뉴스도 있다. 불꽃놀이가 바이러스를 소멸시킨다든지, 울금이나 혈압강하제가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정보가 여기에 속한다. 이런 허위 정보는 중국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다른 나라로 확산되지 않았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며 근거 없는 희망이 허위 정보에 담겼을 것이다.
가짜 같은 진짜뉴스도 존재
지역사회에 특화된 가짜뉴스도 있다. 대중교통의 폐쇄나 특정 지역의 봉쇄설이 여기 속한다. 미국의 뉴욕 기차역, 베이징 도심, 국내 시외버스터미널 등 폐쇄설이 가짜뉴스로 확산됐다. 이런 가짜뉴스는 지역사회에 큰 불안감을 조성할 위험이 있다.
문자나 SNS에서 공유된 일부 정보는 사실로 확인됐다. 신발을 집 밖에 두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비말(침방울)을 통해 튀어나온 바이러스가 특정 환경에서 24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이다. 바이러스는 에어로졸 상태로 3시간 이상, 종이 표면에서 최대 24시간,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표면에서는 2~3일간 생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게 되더라도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도 전문가들이 수긍한다.
반면, 아직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정보들도 있다. 비타민C 주사나 섭취가 확진자의 증상을 완화한다는 정보가 대표적이다. 동전이나 화폐로 감염된 사례가 있다는 내용도 미확인 정보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만약을 대비해 화폐를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가짜 뉴스 산실은 '두려움'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정보들이 언어를 바꾸며 새로운 나라에서 다시 전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혼란과 두려움 가운데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허위 정보는 지역사회와 국가, 국제사회에 커다란 혼란을 야기한다. 심각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내 한 종교단체에서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소금물 스프레이를 교인들에게 뿌리고 그래서 코로나19에 단체로 감염된 사건이 사회적 손실의 대표적인 사례다.
인포데믹 대처, 전문가 협력이 중요
가짜뉴스는 이제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남미와 동남아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로 전파될 것이다. 과학적 검증을 마친 사실 정보를 가짜뉴스가 생성되기 전 이들 국가에 전파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을 벌인다면, 인포데믹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대표적인 가짜뉴스를 여러 언어로 번역해 선제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국가에서 국가로 퍼지는 인포데믹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혼란이 큰 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전문가들의 노력과 협업이 필요하다.
차미영 < 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KAIST 전산학부 부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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