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은 26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과 1조원 규모의 대출 계약 체결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했다고 공시했다. 대출금은 산은과 수은이 46%씩, 우리은행이 나머지 8%를 부담한다. 두산중공업 대주주인 (주)두산이 두산중공업 보통주식과 보유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신규 수주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2018년 7251억원, 작년 4952억원의 당기순손실(개별재무제표 기준)을 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어서다.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5억달러 규모의 외화공모사채를 갚기 어려워 수은 측에 “(수은이) 지급보증한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력·화력·신재생 발전 설비를 제조하는 국내 대표 에너지 기업이다. 두산중공업이 무너지면 수백 개 중소협력업체도 줄도산 늪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두산중공업에 긴급 자금 투입을 결정한 이유다.
두산중공업 차입금은 작년 기준으로 4조9000억원 정도다. 사업 자회사를 포함하면 빚이 5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거나 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한 회사채는 1조2000억원 규모다. 이런 이유로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두산중공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용등급(현재 BBB)을 하향 검토 대상으로 바꿨다.
추가 지원책은 27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 회의는 산업 구조조정을 다루는 범정부 협의체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외화채권의 대출 전환과 함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확대 등을 통한 지원이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자금난에 빠진 기업 회사채의 80%를 산은이 인수하는 제도다. P-CBO는 비우량 기업의 신용도를 정부가 보강해준 뒤 회사채 신규 발행을 돕는 방식이다.
27일 회의에선 항공업 금융 지원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해외여행이 급감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 경영난도 심해지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전 직원을 상대로 10일간의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임원들은 급여 중 절반을 반납했다.
서민준/이수빈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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