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6일 재난기본소득 추진하면서 부천시를 제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장덕천 부천시장의 사과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재난기본소득은 시·군을 통해 집행해야 한다"며 "도의 결정에 반해 87만 시민에게 지급하지 말고, 소상공인 2만명만 골라 400만원씩 몰아주자며 반대하는 부천시가 동의할 때까지 다른 시·군에 대한 집행을 지연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87만 도민 모두에게 10만원을 지급하는 도 정책과 달리 소상공인 2만명을 골라 400만원씩 지급하고 싶으면, 이미 결정된 도 정책을 바꾸라는 불가능한 요구를 할 것이 아니라 도 정책은 그대로 집행하고 선별지원은 부천시 예산으로 하면 된다"고 했다.
이 지사는 "100% 경기도 예산인 재난기본소득을 결정 전에 건의하는 것도 아니고, 확정된 후에 SNS에 올려 공개 반대하며 2만 소상공인에게 몰아 지급해야 한다는 부천시 주장은 월권이자 도정방해다"며 일침을 가했다.
앞서 장 시장은 SNS를 통해 도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안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밝혔고 이에 도는 부천시를 제외한 정책 시행을 검토한 바 있다.
이 지사는 "도의 재난기본소득을 반대하며 부당한 주장을 하는 시·군 때문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반대 시·군을 빼고 급한 대로 다른 시·군에 먼저 집행한 뒤 끝까지 반대하면 부천시에 지급 예정이던 예산을 다른 시·군에 더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행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부천시민을 대표하는 부천시장의 반대는 부천시의 반대이자 부천시민의 반대이며, 지방자치 원리상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며 "부천시장이 집행하지 않으면 시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없다. 반대하는데 억지로 지급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도 했다.
이날 장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난기본소득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글을 올린 것에 사과했다.
그는 "제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에 관해 올린 글로 인해 많은 혼란이 발생했다"며 "이렇게 파장이 클 줄 몰랐다"고 했다.
이어 "복지정책은 보편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며 "모든 도민에게 일정액을 주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도 큰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장 시장은 또 "대한민국 최초로 보편적 복지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라 할 기본소득이 실시된다는 의미도 있다"며 이재명 지사를 한 번 더 치켜세웠다.
그는 "내부적으로 사전에 개진했으면 좋을 제 (반대) 의견을 외부로 표출해 속도가 필요한 정책들이 영향을 받아 조치가 늦어질 우려가 생겼다"며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 잘못이다"라며 사과했다.
앞서 장 시장은 지난 24일 '기본소득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지사의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부천지역 도의원들도 보도자료를 내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도 부족할 때에 정치적 논란만 부추길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논쟁을 촉발한 것"이라며 장 시장에게 공개적 사과를 촉구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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