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법원이 3자 연합의 주축인 반도건설의 의결권 지분 일부를 인정하지 않은 가운데, 국민연금마저 조 회장 연임에 찬성하면서 오는 주총에서 조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확실시된다.
26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회의를 열고 한진칼 및 대한항공 등에 투자 기업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해 심의했다. 한진칼 주주총회(27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다.
수탁위는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수탁위는 조원태 사내이사 후보자 선임의 건을 비롯해 한진칼 측이 제안한 모든 사내·사외이사(하은용, 김석동, 박영석, 임춘수, 최윤희, 이동명)선임건에 찬성했다.
한편 3자 연합 측에선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의 사내이사 선임건과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등 두 명에 대해서만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건 및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 등 3자 연합측이 제시한 나머지 이사 선임건에 대해선 모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적정한 이사회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수탁위의 이날 결정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와 미국 ISS의 자문 결과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KCGS는 △한진칼 이사회가 외부 주주가 요구하는 지배구조와 재무개선의 의지를 보여준 점 △항공산업의 업황이 심각한 수요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현 경영진 유지가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에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ISS 역시 조 회장이 회사의 중장기적 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고, 현재로선 결격 사유가 없다는 점을 찬성의 근거로 들었다.
다만 나머지 사외이사진의 구성에 대해선 자문사들의 의견이 갈렸다. KCGS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모두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ISS는 사외이사 후보군 가운데 회사 측이 제시한 5명 중 2명(임춘수, 이동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3자 연합 측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선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3자 연합 측 사내이사 후보 중 하나인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 대해선 찬성 의견을 냈다.
한편 수탁위는 이날 대한항공 관련 안건에는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총의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이사 선임방식 변경 관련)에 대해서는 이사선임 방식 변경(특별결의→보통결의)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서도 "기금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 결정을 내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주총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보통결의 요건인 참석주주 50%이상의 찬성표를 얻었지만, 특별결의요건인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연임에 실패한 이후 정관 변경을 준비해왔다. 대한항공의 1대 주주는 그룹 지주사로 29.96%의 지분을 보유한 한진칼이다. 국민연금은 10.63%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 이사 연임에 찬성하면서 오는 한진칼 주총에서의 승기는 일단 회사 측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의결권 유효 지분 2.9%를 합하면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은 36.6%로 올라선다. 3자연합(28.78%)과 약 7.82% 차이가 난다.
여기에 의결권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3.7%를 보유한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등이 조 회장 측의 손을 들면 양측의 격차는 10% 이상으로 확대된다. 지분 25%에 해당하는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의 지지 여부가 남아있지만 조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에 선 셈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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