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하는 세금"…집값 내려도 고가 아파트 보유세 2년간 더 오른다

입력 2020-03-26 16:59   수정 2020-03-27 02:54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더라도 2022년까지 보유세 부담은 매년 늘어난다.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과세표준에서 빼주는 비율이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강남구(25.57% 상승)를 비롯해 서울(14.75%)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26일 한국경제신문이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내년과 2022년 보유세를 모의 계산한 결과 공시가격이 올해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떨어지더라도 세금 부담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90%에서 내년 95%, 2022년 100%로 오르기 때문이다. 가령 공시가격이 10억원이면 올해는 9억원에 대해 종부세를 내면 되지만, 2022년에는 10억원에 대해 내야 한다.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와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를 소유한 2주택자는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보유세로 4943만원을 내야 한다. 두 아파트의 올해 기준 공시가격 21억8000만원과 10억8400만원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다. 내년에는 공시가격이 올해와 같아도 보유세는 5316만원으로 증가한다. 2022년에도 공시가격이 똑같이 유지되더라도 보유세는 올해보다 600만원가량 증가한 5594만원으로 늘어난다.

집값 상승이 멈춰도 세금이 오르는 건 종부세의 계산 구조 때문이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구한다. 다주택자의 합산 공시가격이 32억원이라면 기본공제(6억원·1주택 단독 명의는 9억원)를 뺀 26억원에 이 비율을 대입한다. 올해 비율 90%를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23억4000만원이 된다. 내년과 2022년 5%포인트씩 오르는 비율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각각 24억7000만원과 26억원으로 올라간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르면 집값이 내려도 세금이 늘어난다. 앞의 사례에서 두 아파트 공시가격 합계가 내년 총 1억원 하락하더라도 보유세는 올해보다 100만원 이상 오른 5078만원이 된다. 2022년에도 공시가격 하락이 지속돼 올해 대비 2억원 증발하더라도 보유세로 510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올해 공시가격 급등으로 세 부담 상한에 걸리면 세액 증가분이 내년에 마저 반영된다”며 “서울 고가주택의 실질적인 세금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정부는 공시가격까지 시세에 맞게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가격 구간별로 전년 대비 2~10%포인트 끌어올렸다. 현재 시세 12억~15억원 주택의 현실화율은 69.7%, 15억~30억원 주택은 74.6%다. 하반기 발표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통해 목표치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올해 집값이 소폭 상승하거나 현실화율 목표가 높아지면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앞의 사례에서 두 아파트 공시가격이 해마다 5% 오른다고 가정하면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까지 반영한 보유세는 올해 4934만원에서 내년 5697만원으로 뛴다. 2022년엔 6400만원으로 올해보다 1700만원가량 증가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소득이 없는 고령자와 은퇴자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시한(6월 말)과 보유세 과세기준일(6월 1일) 전에 증여나 매도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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