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일이다. 석사 입시면접에서 A를 처음 만났다. 그는 학부 수석졸업에 면접도 인상적으로 끝냈지만 출신 대학이 마음에 걸렸다. 오랜 고민 끝에 합격시켰는데, 내 편견을 비웃듯이 전공수업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논문도 제출했다. 졸업 후에는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금융회사에 거뜬히 입사해 지금은 핵심 임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평가를 하고, 또 평가를 당한다. 스쳐 지나가는 타인의 인상이나 TV 프로그램을 가볍게 평하는 것부터, 학교나 조직에서의 성과평가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일어난다. 공식적 성과평가에서는 공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객관적 데이터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것이 또 다른 편견을 낳기도 한다.
스포츠에서도 선수의 성적에 따른 명성이 편견으로 작용한다는 흥미 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는 오래전부터 모든 경기장에 4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투구의 스트라이크존 통과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주심이 판정한 전체 투구 수 75만6848개를 분석했다. 분석에 의하면 볼을 스트라이크로 혹은 스트라이크를 볼로 잘못 판정한 비율이 14%였다. 오심을 줄여서 경기의 질을 높이고 주심의 성과평가에도 반영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전문가인 주심들은 예상보다 많은 실수를 했다. 더 중요한 점은 주심이 볼을 스트라이크로 투수에게 유리하게 판정하는 오심 비율이 명성 있는 투수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월드클래스인 메이저리그 주심들도 투수의 명성에 따른 선입견을 가지고 판정한다는 것이다.
객관적 데이터조차도 편견을 만들어내 잘못된 평가에 이르게 하니 남을 평가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편견과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인종, 지역, 성별,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선입견을 가지고 편견에 사로잡혀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일단 편견이 고착화되면 더 많은 정보가 제공돼도 이를 강화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선택적 편의가 작동한다고 한다. 진실에 대한 개방성을 지니고 상대와의 접촉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편견을 줄이는 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만 아니라 편견도 방역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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