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조치가 한은과 차이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대목이다. 하나는 무제한 양적완화다. 달러를 제한없이 찍어 시장에서 국채 등을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인수다. 사실상 기업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한은은 Fed의 조치를 바로 취하기 어려운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들고 있다.
(1) 한은이 회사채 및 CP를 사들이는 것은 한은법에 저촉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한은법 68조, 75조, 76조에 따라 한은은 국채와 정부 보증채만 인수할 수 있고 회사채와 CP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와 정부가 한은법의 관련 조항을 손질하거나 완화한다면 회사채와 CP를 사들이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 중앙은행이 회사채나 CP를 사들여 손실을 보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중앙은행의 손실은 결국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회사채 매입은 중앙은행의 본질적 영역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한은은 미국처럼 정부가 기업어음매입기구(CPFF)를 세우고 한은이 이 기구에 대출을 해주면 이 기구에서 CP를 매입하는 방식은 검토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 CP 매입 주체가 사실상 정부가 되기 때문에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3) 무제한의 양적완화로 가면 외국 자본이 이탈할 수 있다. 한은이 원화를 대거 찍어내 국채 등을 사들이면 원화가치는 하락(원·달러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손실이 발생한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또 다른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에선 기축통화국과 같은 통화정책을 펴는 데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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