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방역 사례는 다른 나라 정상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코로나19의 1차 파고를 겪은 한국은 초스피드 대량 진단과 방역, 모범적 의료시스템,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감염 확산을 막고 있다는 평가를 해외로부터 받고 있다. 지금 한창 코로나19의 2차 파고를 맞은 미국과 유럽에는 좋은 참고 사례가 될 만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24일)에서 진단키트 등의 긴급 지원을 요청한 것도 한국의 존재감을 드러낸 단면이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이 이처럼 주목받은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은 국제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외교력을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상당수 국가가 우리에게 한마디 사전통보도 없이 한국인의 입국을 막고, 도착한 비행기마저 되돌려 보내는 일들을 당하면서 실감한 현실이다. 누가 뭐래도 중국과 북한만 바라봐온 ‘올인 외교’의 부작용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은 불안하고 한·일 관계는 파탄 지경인 것도 사실이다.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등을 거치면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골치 아픈 나라’, 일본으로부터는 ‘믿지 못할 나라’라는 취급을 받고 있다. 전통 우방들과의 관계가 이토록 위험했던 적이 또 있었나 싶다.
국제 공조가 절실한 지금, 한국이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한국의 외교 위상을 되찾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그러려면 방역 경험을 공유하고, 진단키트 등도 적극 지원하는 등 국제협력에 앞장서야 한다.
감염자가 연일 1만 명씩 늘고 있는 미국, 하계 올림픽까지 1년 연기한 일본, 의료시스템의 한계에 봉착한 유럽 각국에 우리가 먼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중국 일본 등이 한국인 입국을 제한할 때 끝까지 버텨주고, 600억달러의 한·미 통화스와프까지 체결한 미국의 외교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하지 않나. 그게 국익을 도모하는 지혜로운 외교이자 국격(國格)을 높이는 길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