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길게 보면 좋은 투자 기회"

입력 2020-04-02 15:19   수정 2021-07-21 15:4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의학적인 위기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다. 단기적인 영향은 주식과 채권시장의 하락과 변동성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이제는 반등하겠지’라는 기대를 허무는 무차별적인 폭락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당황할 이유는 없다. 불운한 사건의 경제적 여파는 장기적으로는 소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역사가 분명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단기적인 시장 충격 상황은 숙련된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몰고온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이 가장 심한 충격에서 어떻게 회복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0.1%, 2009년 -2.5%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0년께는 이미 미국 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2013년이 돼서는 주가 대부분이 회복됐다.

그 당시 위기는 특정 자산과 채권을 좋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장 조건을 마련했다. 캐나다의 연금 수급자를 대신해 투자하는 캐나다공적연금(CPP)과 같은 장기 투자자들은 헐값이 된 채권 등이 만기까지 유지된다면 전액 지불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하게 수십억달러의 고수익 선순위 채권을 아주 싼 가격에 매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CPP는 캐나다 연금 수급자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2001년 9·11 테러도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충격을 주었지만 장기적으로 따져보면 그 피해는 이전 그대로 회복됐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테러 이후 거래 재개 첫날인 2001년 9월 17일 7.1% 폭락했다. 공격 후 몇 주 동안 소비자들은 평소보다 더 적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다.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수요는 결국 급반등했다. 다우·나스닥·S&P500 지수가 9·11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세 번째 사례는 1973년의 석유 파동이다. 석유 수출 금지 조치로 유가가 폭등하자 미국 경제성장률은 1973년 5.6%에서 1974년 -0.5%, 1975년 -0.2%로 떨어졌다. 그러나 1976년 미국 경제는 5.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활기를 되찾았다. GDP는 9·11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3년 이내에 회복됐다.

1930년대의 대공황과 이번 사태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1930년대 스타일의 전형적인 불황보다는 대형 눈폭풍이나 자연재해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1929년부터 10여 년간 세계를 침체로 몰아넣은 대공황과는 달리 급격한 경기 하강 이후 급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버냉키 전 의장은 “다음 분기에는 매우 가파르고 짧은 침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셧다운(일시 정지) 기간 고용·비즈니스 부문에 너무 많은 타격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빠른 경기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918~1919년 스페인 독감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스페인 독감은 현대에서 가장 파괴적인 유행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백만 명이 일을 할 수 없어 엄청난 ‘공급 쇼크’를 일으켰다.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상품 수요가 줄어들었고, 전염병이 퍼질 것을 우려해 전 세계 행사가 취소됐다. 다우지수는 1917년 1월과 1919년 1월 사이에 40% 하락했다. 이후 1920년 12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초기 위기 이후 3년 만에 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하더니 이후 10년 가까이 상승했다.

스페인 독감은 투자자들에게 독특한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지금의 위기와 비슷하다. 2007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매트리스 회사들은 스페인 독감의 대유행으로 수입이 증가하기도 했다. 길게 보는 투자자들은 역사상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 큰 수익을 거뒀다.

한 세기 이상에 걸친 이런 사건들을 종합하면 시장이 단기적인 충격을 받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거의 항상 회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미래에 대한 잘 짜여진 계획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원제=Investors, Keep Your Eye on the Long Run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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