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쓰러진 통신株…경영진 자사주 매입에도 '백약이 무효'

입력 2020-03-27 11:57   수정 2020-03-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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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경기 방어주'로 꼽히는 통신주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맥없이 쓰러지면서 최고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통상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바닥 신호로 풀이돼 추가 매수세가 따라붙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선 이마저도 통하지 않고 있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KT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는 이달 20~24일 KT 주식 5234주를 장내 매수했다. 평균 취득단가는 1만8970원, 총 취득금액은 약 1억원이다. KT 측은 "회사 주가가 기본체력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책임경영을 강화해 KT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KT 주가는 이달 18일 상장 이후 처음 2만원 선이 붕괴됐다. 전날 종가는 1만9300원으로 연초(2만6700원) 대비 27% 떨어졌다. 석 달 만에 시가총액이 약 1조8000억원 증발한 것이다.

구 내정자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27일 오전 KT 주가는 7거래일 만에 장중 2만원대를 터치했다. 하지만 이를 곧바로 자사주 매입 효과로 보긴 어렵다. 간밤 급등한 뉴욕증시의 영향으로 코스피·코스닥이 2~3%대 동반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과 고위 임원들도 회사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수에 나섰으나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박 사장은 지난달 중순 3억4100만원을 들여 자사주 15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윤풍영 최고재무책임자(CFO), 유영상 무선(MNO)사업부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 20명도 지난달 자사주를 함께 사들였다. 이달 들어서도 류정환 5GX 인프라 그룹장을 필두로 임원 10명이 회사 주식을 매수했지만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졌다.

SK텔레콤 주가는 이달 13일 20만원 선이 무너졌다. 2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23일에는 장중 16만4000원을 기록, 연초(23만4000원) 대비 약 30% 급락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연초 1만3850원이던 주가가 이달 23일 장중 9210원으로 미끄러졌다.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 같은날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가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LG유플러스는 이틀 만에 1만원 선을 회복했지만 반등세는 크지 않다. 이날 오전 1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임원진들의 자사주 매수는 회사 주가 부양 의지와 함께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시그널(신호)이다.

시장 참가자들의 매수세가 따라붙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시장이 최고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주가 바닥' 신호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여파에 통신주가 경기 방어주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증권가 평가까지 나왔다. 결국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실질적 반등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여파로 5세대 이동통신(5G) 보급·확산이 6개월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주들의 이익 전망치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통신주가 경기 방어주 기능을 상실했다. 주가 반등 시점은 코로나19의 종식과 연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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