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에 따른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슈퍼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 IBM은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에너지부 등과 함께 '코로나19 고성능 컴퓨팅 컨소시엄'을 구성중이라고 27일 발표했다. 다리오 길 IBM 리서치 디렉터는 이날 "슈퍼컴퓨터는 역학, 생물정보학, 분자모델링 등 분야에서 수개월~수년 걸릴 작업을 대폭 단축해 코로나바이러스 퇴치 물질을 찾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내로라하는 기관들이 모두 힘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컴퓨팅 컨소시엄엔 IBM 뿐 아니라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 아르곤국립연구소(ANL),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L), 항공우주국(NASA), 국립과학재단(NSF),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이 참여한다.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인 'IBM 써밋'을 활용해 코로나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화합물 8000여종을 분석했다. 그 결과 1차 약물 후보물질 77종을 가린 뒤 2차로 7종을 최종 선별했다고 밝혔다. 탈모 보조치료용으로 쓰이는 세파란틴이 7종 중 하나다. 현재 미 테네시대에서 효능을 시험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약물 1500종 등 3000여종의 약물을 대상으로 세포 실험을 한 결과 천식약 시클레소니드, 구충제 니클로사미드 등 코로나 치료약물 후보 24종을 확보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들 약물을 상대로 교차 검증을 진행중이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 및 임상 착수(예정)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치료제 칼레트라,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등 약물 재창출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의학계는 치료제가 아닌 백신이 관건이라는 시각이다. 감염 후 증상을 억제하는 치료제보다 면역력을 사전에 부여하는 백신이 있어야 대유행이 진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태 서울대 의대 교수는 2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연 온라인 토론회에서 "다국적 임상이 각계에서 진행중인 치료제는 곧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면서 "백신은 아직 연구가 거의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백신 개발엔 항원 특성, 숙주 반응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야 하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러스가 계속 변하고 있어 굉장히 복잡하고 많은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신 가운데는 현재 메신저RNA(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고 있는 미국 모더나테라퓨틱스가 독보적이다. 인체 RNA 체계를 교란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N프로테인에 저항해 사전 면역력을 갖도록 도와주는 백신이다. 이 업체는 코로나19 염기서열이 밝혀진 지 42일만에 백신 후보물질인 mRNA-1273을 개발했다. 다음달 임상 1상에 진입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수백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 입증에 나설 계획이다. 아직 mRNA 기반 의약품이 미 FDA의 승인을 받은 적은 없다. 이 때문에 모더나의 백신 성공 여부에 대해 바이오 의료업계 등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억달러를 제시하며 "백신 독점권을 달라"고 요청해 화제가 된 독일 바이오기업 큐어백도 모더나와 마찬가지로 mRNA 기반 백신을 개발중이다. 앞으로 수 개월 안에 임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사노피 등이 백신을 개발중이지만 아직 전임상 단계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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