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푸르덴셜생명 인수전 '제2라운드'로.. 추가 가격제안 받는 중

입력 2020-03-27 14:21  

≪이 기사는 03월27일(11: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이 '제2라운드'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본입찰 이후 매각주관사가 추가 가격 제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매각 주관을 맡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지난 19일 한국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에 대한 본입찰을 실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오전 10시까지 미국 푸르덴셜생명 본사에 직접 가격 등 조건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한을 지킨 곳은 KB금융과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대만계 푸본생명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후보 중 한 곳으로 여겨졌던 MBK파트너스는 이날 가격을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인 20일 가격을 적어냈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은 KB금융으로 추정된다. KB금융이 제출한 가격은 2조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도 2조원 안팎의 가격을 제출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상위 2~3개사 간의 가격 격차는 세간에 알려진 것만큼 크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들 중 IMM PE는 1조원대 중반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장부가의 50% 수준(주가순자산비율(PBR) 0.5)으로 적어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인수금융이 잘 진행되지 않은 탓이다. 앞서 IMM PE는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에서 인수금융을 받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최근 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삼성증권에서 모든 인수금융을 일시적으로 멈췄고, 이 탓에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가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푸본생명의 입찰가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은 KB금융이지만,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는 1주일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상위 2~3개사를 대상으로 '추가 입찰'을 붙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측에 골드만삭스에서 추가 가격 제시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MBK파트너스 측이 이 제안에 응할지는 알 수 없으나, 매각 측에서는 상위 입찰자 간의 경쟁을 통해 가격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딜'이다. 정형진 골드만삭스 대표는 과거에도 이런 전략을 통해 매각 가격을 높여 온 전력이 있다.

그러나 프로그레시브 딜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KB금융은 가격 요소 및 비가격 요소 양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후보임을 자신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비가 올때 경쟁력이라는 우산을 갖춰야 한다는 '우산론'을 제기하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뛰어난 회사에 기회가 있다"며 인수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다.

여건도 나쁘지 않다. 딜 클로징 가능성 측면에서도 전략적 투자자(SI)인 KB금융은 우위에 있다. 외부에서 출자를 받을 필요 없이 자체 자금으로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다. 인수시 자회사 출자비율 제한에 따른 자본금 추가 확충 이슈 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여차하면 다른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본을 확충할 방법은 여러가지다.

신한금융에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매각한 MBK파트너스는 신한금융 측에 경업(競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9월 이후에 딜을 클로징해야 한다. KB금융은 이에 비해 좀 더 빠르게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인수 시점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남은 변수는 MBK파트너스 등이 더 높은 가격을 '지를' 것이냐다. 이들이 이미 추가 가격을 제출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공동 투자자 및 인수금융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은 펀드 운용기간의 제약을 받는 만큼, KB금융이 제시한 가격 이상으로 인수해서 제때 높은 값에 엑시트 할 수 있다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및 양적완화(QE) 기조가 이어지는 것도 가격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생명보험사는 자산운용 측면에서 부담이 훨씬 커진다. 푸르덴셜생명의 본입찰 가격은 예비입찰 때보다 수천억원 가량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레시브 딜로 전개되면서 푸르덴셜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뽑히는 시기는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다만 사모펀드의 추가 가격제안이 없을 경우 매각 측이 KB금융과 곧바로 계약 체결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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