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은 1주일에 보유 현금 20억유로(약 2조6900억원)씩을 까먹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ZDF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외에는 수익이 나오는 지역이 없다”며 “대규모 고정비용은 계속 부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은 비핵심 프로젝트를 미루는 등 지출을 가능한 한 줄이고 있다”며 “수주에서 몇 달은 버틸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 감원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폭스바겐은 이달 초 유럽에서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폭스바겐은 세계 124개 공장 중 75개를 유럽에 두고 있다. 생산량이 줄면서 매출도 꺾였다. 디스 CEO는 “중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폭스바겐의 차 생산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날 폭스바겐은 유럽중앙은행(ECB)에 단기 회사채를 매입해달라고 요구했다. ECB가 6·9개월 만기 채권 등을 매입해 유동성을 지원해달라는 주장이다. 프랭크 비터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폭스바겐의 유동성이 이전 같지 않다”며 “현금흐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른 자동차업체도 자금 확보를 위해 고투 중이다. 독일 직원 17만 명 대부분이 단축 근로 중인 다임러는 은행에서 추가신용 100억유로(약 13조4400억원)를 끌어다 쓸 계획이다. 프랑스 르노도 정부에 대출 지원을 요청할지 검토하고 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는 각각 154억달러(약 18조7900억원), 160억달러(약 19조5000억원), 35억유로(약 4조7000억원)의 신용을 확보했다.
지난 25일엔 유럽 주요 16개 자동차기업 모임인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자동차산업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ACEA는 “자동차산업은 자본집약도가 높아 현금흐름이 매우 중요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 등에서 생산이 중단돼 새로운 수익이 나지 않으면 심각한 유동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몇몇 회사는 1년 안에 현금이 동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3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히는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는 오는 6월 7~20일 열릴 예정이던 올해 행사를 취소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이 디트로이트모터쇼 행사장인 TCF센터를 코로나19 대응용 임시 병원으로 쓰기로 해서다.
미국과 유럽 유통기업들은 줄줄이 건물 임차료를 내지 못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미국 대형 레스토랑체인 치즈케이크팩토리가 다음달 임차료를 낼 수 없다고 각 건물주에 통보했다. 치즈케이크팩토리는 미 전역에 지점 200개 이상을 두고 있다. 독일의 아디다스와 다이히만은 코로나19로 임시 폐쇄한 매장에 대해선 월세 납부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다이히만은 독일 당국이 강제 휴업 규정을 적용한 만큼 이 기간 재정적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M은 미국과 독일 등에서 건물주들과 임차료 유예 관련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석유시장에선 ‘마이너스 거래’가 나왔다. 원유를 사가는 쪽이 오히려 돈을 받는 거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원자재거래기업 머큐리아에너지그룹은 아스팔트용 와이오밍 사워유(油)를 배럴당 -19센트에 입찰했다. 전문가들은 원유 저장 여력이 크게 줄면서 이 같은 거래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은 증산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재고 원유가 쌓이자 석유회사들이 등급이 낮은 원유는 ‘처리 비용’을 줘서라도 내다 팔려고 한다는 얘기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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