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까지 불안해진 유럽…이탈리아 절도·방화 사건 잇따라

입력 2020-03-29 17:47   수정 2020-03-30 02:13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의료시스템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데 이어 치안 상황까지 크게 불안해지고 있다.

프란체스코 로카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회장은 28일(현지시간) 유엔 브리핑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대도시에서 빈곤 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몇 주 안에 대규모 소요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내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에선 도시 외곽지역에서 절도와 방화 사건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는 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사망자 수는 1만23명이다. 전날 대비 889명 늘었다. 사망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나온 이후 36일 만이다.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9만2472명이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명률은 10.8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희생자가 집중된 롬바르디아주는 주요 도시 전체가 장례식장처럼 변했다. 롬바르디아주의 사망자 수는 549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다. 병원 영안실과 장례식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군용 트럭이 시신을 실은 관을 다른 지역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다음달 4일까지로 예정된 이동제한과 휴교령을 연장했다.

이탈리아에 이어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몰린 스페인에선 식품, 의약품, 건강 등 필수업종 외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월요일인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의 출퇴근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14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다음달 12일까지 외출제한령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재택근무가 불가능할 경우에 한해 출퇴근이 허용돼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실상 모든 영업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사망자를 2만 명 이내로 막을 수 있다면 방역에 성공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간 보리스 존슨 총리도 이날 국민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은 분명하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인도 정부가 전국에 봉쇄령을 내리자 수도 뉴델리 안팎의 시외버스 정류장과 고속도로 등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근로자 수십만 명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영국 BBC는 “지역 간 식량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인도 빈곤층은 코로나19보다 식량 부족에 따른 공포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25일부터 21일간 발동된 봉쇄 기간에 학교, 교통 서비스, 산업시설을 모두 폐쇄하고 주민 외출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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