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요즘 폭락장에서 주식을 사는 개인투자자를 이렇게 부른다. 이들은 외국인들이 매도하는 주식을 모두 받아냈다. 개인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두 달(1월 24일~3월 25일)간 주식을 사고판 계좌는 109만 개 늘었다. 너도나도 주식을 사겠다고 증권사로 달려간 영향이다. 주식활동계좌는 지난 26일 3059만 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권사 계좌에 넣은 돈(투자자 예탁금)도 45조1690억원에 달했다. 이날 하루에만 3조7331억원 불어났다. 올 들어 유입된 예탁금은 17조원이 넘는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샀다. 개인들은 올 들어 주식 23조21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6조원, 기관은 9조원어치가량 팔았다. 이 물량을 모두 개인들이 받아내며 홀로 증시를 떠받쳤다.
이런 ‘주식 투자 열풍’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잘 알고 있다. 2008년 10월 24일 938.75로 하락했던 코스피지수는 1년 뒤 1640.17로 74.7% 상승했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어떤 투자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량주가 올해 초 고점 대비 20~30% 급락한 것도 기회라고 이들은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연 0%대로 떨어진 예금 금리와 식어버린 부동산 경기도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을 자극하고 있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74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하면 매물벽을 형성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폭락 뒤 반등의 추억'…개미군단, 45兆 실탄 앞세워 흑역사 뒤집을까
증권사마다 새로 주식 계좌를 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자 위험자산인 주식을 멀리했던 사람까지 신규로 자금을 태우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가 찾아왔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연 1%대로 떨어진 예금 금리와 차갑게 식은 부동산 경기도 갈 곳 잃은 수백조원의 부동자금을 자극하고 있다.
부동자금 대이동 시작인가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 무너졌던 지난 9일부터 하루 1조원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뛰어들고 있다. 23일 코스피지수가 1480선으로 떨어졌을 때는 물론 이틀 만에 1700선으로 급반등하자 개인 자금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돈인 투자자 예탁금이 이를 증명한다. 예탁금은 26일 45조169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3조7331억원 불어났다. 역대 세 번째 많은 증가액이다.
개인들은 올 들어 이미 23조원을 순매수했다. 역대 최대다. 주식활동 계좌 수는 3059만3754개로 두 달 전(2950만1414개)에 비해 109만여 개 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백억원대 자산가부터 가정주부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식을 사고 있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부동자금의 대이동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예금 금리도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25일 간판 정기예금 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를 연 1.05%(1년 만기 기준)에서 연 0.90%로 0.15%포인트 내렸다. 다른 은행들도 0%대로 정기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740조원 규모에 이른다. 정부 규제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매수 대기 자금도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교훈 되새겨야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을 원인으로 꼽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지수는 2009년 3월 2일 1018.81을 끝으로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해 말 1682.77로 65.2%, 2010년 말에는 2051.00으로 101.3% 올랐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9년 3월에도 실업률이 급등하고 각종 경제지표가 계속 악화해 불안감이 여전히 높았던 시기”라며 “그때 과감히 주식을 매수했던 투자자라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주식을 매수한 개인은 많지 않았다. 2008년 유가증권시장 개인 누적 순매수는 7조4555억원이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았다.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면서 겁에 질린 투자자가 많았다. 한 개인 투자자는 “당시 증시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쉽게 주식을 매수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주가가 바닥을 치면 들어가려 했지만 갑자기 반등하면서 그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습 효과로 개인들이 이번 급락장에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개인들의 대규모 주식 매수 행렬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과거 급락장에서의 교훈과 저금리, 부동산 경기 급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아무리 나라가 망할 것처럼 증시가 하락해도 결국은 다시 오른다는 것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배운 것”이라며 “빚을 내 무리해서 투자하지만 않는다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개인들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증시 하락이 끝난 게 아닐뿐더러 급격한 시장 변동을 개인들이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초반에도 1500선으로 하락했던 코스피지수가 금방 1800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900선까지 수직 낙하했다. 김 연구원은 “개인들이 ‘V자 반등’을 노리고 너무 성급하게 주식을 매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며 “스스로 투자 기간 등 전략을 분명하게 세운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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