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소비자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덜 사게 하고 생산을 멈춰 세우며 현금 흐름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을 전방위로 타격한다. 내수와 수출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기업들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원료를 수입하거나 생산 설비를 가동할 자금도 없다는 기업 하소연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사회공헌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들이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구호 성금 250억원 등 총 300억원 규모의 기부를 단행했다. 현대자동차·SK·LG그룹도 각각 50억원을 쾌척했다. 단기적인 경영 위기 속에서도 사회공헌을 이어가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어려울 때 사회공헌 늘리는 ‘한국 기업 DNA’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초대형 위기를 맞으면 사회공헌에 대한 각국 기업들의 철학이 유난히 부각되기 마련이다. 2008년 세계 경제를 덮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사회공헌 비용을 대폭 삭감했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광고비 등 경영에 영향을 덜 끼치는 부분부터 크게 줄였다.
한국 기업들은 반대로 사회공헌 지출을 더욱 늘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기업 사회공헌 실태에 따르면 2008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비는 총 1조9550억원으로 집계됐다. 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에는 2조6510억원으로 오히려 1조원 가까이 늘었다. 2010년에는 2조8730억원까지 증액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 투자를 줄이면서도 사회공헌은 되레 확대한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은 불황 등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며 “위기 때는 사회공헌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더욱 신경 쓰게 된 점도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입소스, 온라인 패널조사회사 피앰아이와 공동으로 시행한 ‘2019 한경·입소스·피앰아이 기업소셜임팩트 조사(CSIS)’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82.8%는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할 때 해당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또 87.3%는 기업 평가 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임금 깎아 기부’ 사회공헌 나선 기업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업종 중 하나가 금융권이다. 가계와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방역물품 등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4일 윤종규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렸다. 이곳을 통해 다양한 코로나19 관련 금융·비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전국 301개 노인종합복지관에 마스크 12만여 개, 전국 1900여 개 지역아동센터에 마스크 5만7000개 및 체온계 1900개를 각각 기부한 게 대표적인 예다. KB증권도 성금 및 방역물품을 별도로 기부했다. NH증권은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전기 인덕션을 설치해 줬다.
공기업들도 적극적이다. 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한 한국전력 산하 전력그룹사 간부들은 최근 ‘임금 반납’ 운동에 동참했다. 1년 간 경영진 월급의 120%, 처·실장급 직원 월급의 36%를 각각 반납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와 사조대림, 밀알복지재단 등도 전염병 확산 초기인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긴급 구호에 나섰다. 각 기업이 기부한 방역물품에 시민 후원금으로 마련한 식료품 등을 더해 취약계층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각 기업은 코로나19 관련 사회공헌 활동 외에 종전까지 시행해온 사회공헌 활동을 차질 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대림산업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컴퓨터를 선물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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