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면세점 매출 결국 반토막…아득한 '코로나 출구'

입력 2020-03-30 13:48   수정 2020-03-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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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는 현실이 됐다. 출구마저 아득하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국내 면세점 업계 사정이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세업계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잇따라 휴업에 돌입한 국내 면세점의 2월 전체 매출은 결국 1월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으로 접어든 만큼 1분기 실적 부진이 기정사실화됐고, 당분간 정상화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의존도도 한층 커질 수 밖에 없는 국면이라는 진단이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026억원으로 1월(2조248억원)보다 45.5% 감소,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2월보다는 36.7%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가 시작한 1월 전월(2조2848억원)보다 12.9% 줄어든 데 이어 매출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상순까지 코로나19 영향이 극대화되며 공항 면세점 매출이 70~80% 이상의 감소했고, 시내 면세점들은 온라인 비중이 50% 가까이 확대되며 오프라인 부진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인 따이궁 규모와 유사한 시내 면세점 내 외국인 매출 비중은 81.5%로 지난해 2월(73.5%)보다 8.0%포인트 상승한 점을 안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2월 따이궁이 시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3월부터 중국인 입국자가 1만명대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돼 당분간 대형 따이궁 위주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 상태로 접어든 3월 상황을 고려하면 관련 기업의 1분기 실적 추락도 예견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면세점들이 무더기 임시 휴업을 실시한데다 춘제(중국의 설) 연휴 이후 업계 큰 손이던 따이궁들도 상대적으로 뜸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상장된 면세점 관련 기업의 경우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세계 곳곳의 하늘길이 막히면서 매출이 부진한데다 높은 임대료 부담에 '이중고'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 업체들의 손실이 3월 한 달에만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호텔신라와 신세계의 1분기 실적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면세점업계의 2~3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0%대 줄었고, 특히 인천공항점 매출이 80% 떨어져 고정비로 작용하는 임대료 부담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1분기 호텔신라는 2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신세계디에프를 계열사로 둔 신세계의 영업이익은 500억원에도 미달할 전망"이라며 "호텔신라의 경우 홍콩·싱가포르 공항에도 점포를 운영하고 있어 이익 훼손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후 면세점업계의 실적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의 매출 회복은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따이궁 소비가 관광객 소비 대비는 견조할 수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의 회복 수준과 속도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종대 연구원은 "한국이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14일 강제 격리를 실시하기로 한 만큼 중국의 글로벌 화장품 수요가 회복된다고 해도 따이궁 수요가 면세점으로 이어질 지 미지수"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출입국 규제와 실적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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