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입 환자 8일새 4배 늘었는데…정부 "외국인 입국금지 않겠다"

입력 2020-03-30 17:35   수정 2020-03-3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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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도 한시적으로 외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외국인 입국금지 방침을 정하면서다. 방역당국은 다음달부터 시행하는 14일간 의무격리 조치가 입국금지에 준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환자 4.9%가 해외 유입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환자 9661명 중 해외 유입 환자는 476명(4.9%)이다. 유럽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21일 123명이었던 해외 유입 확진자는 8일 만에 네 배로 늘었다.

지난 29일 한국에 입국한 7282명 중 외국인은 2083명(28%)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 등에서는 외국인만이라도 입국을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개학을 준비하는 단기간만이라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내국인도 엄격하게 검역해야 한다”고 했다. 두 달간 코로나19 환자를 검사하고 치료하면서 국내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입국금지 대신 14일 자가격리를 택했다. 다음달 1일부터 거주지가 없는 단기체류 외국인은 정부에서 지정한 별도 시설에서 머무른다. 하루 10만원 정도인 체류비는 모두 본인이 부담한다. 정부는 이런 조치로 입국금지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단순 관광 목적 입국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이나 학술 연구 등을 위해 오가는 사람은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외국인 검사 비용 국가부담 논란

하지만 정부가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 공항 검역 시스템 등에 기대다 보니 불필요한 비용이 낭비되고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열흘 새 검역 지침을 발표한 것만 네 차례다. 지난 22일부터 모든 유럽발 입국자를 검역단계에서 검사하기로 했지만, 24일부터 무증상자는 자가격리를 하고 사흘 안에 검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검사 인력 부족 때문이다. 게다가 검사 대기 기간 격리자들의 체류 비용까지 모두 국가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불거졌다.

정부는 27일부터 미국발 장기 입국자는 모두 14일간 자가격리하도록 하고 유증상자만 검사하는 지침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유럽과 미국에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다음달부터 국가와 체류 기간에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를 14일간 격리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입국금지 조치를 했다면 없었을 혼란이다.

방역당국은 국내 입국 외국인 중 단기체류 외국인이 하루 100명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을 14일간 격리하려면 2000실 정도의 격리 공간이 필요하다. 이 중 현재 확보한 공간은 1600실 정도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당장은 큰 무리 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격리자 추이를 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 지적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초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 다른 나라로도 코로나19가 확산됐지만 입국금지는 꺼낼 수 없는 카드가 됐다는 것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4.1%가 “사태 초기에 중국 경유자 입국을 전면 제한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자가격리자가 늘어나면 이들을 관리하는 행정인력도 추가로 필요하다. 정부가 파악하는 국내 코로나19 자가격리자는 29일 오후 6시 기준 1만4009명이다. 해외 입국자, 진단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 의심환자 등을 포함한 수치다. 당장 자가격리자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종현 범정부대책지원본부 홍보관리팀장은 “자가격리자 수가 최고로 많았을 때는 3만4000명에 달했다”며 “아직 지방자치단체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숫자”라고 했다.

이지현/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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