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금살포 후폭풍 생각하고 있나

입력 2020-03-30 18:12   수정 2020-03-31 00: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야 민관이 똘똘 뭉쳐 이제 큰불은 어느 정도 잡은 듯하나 위태한 하루하루다.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려면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지 감을 잡기조차 힘들다.

더 우려스러운 건 나라 밖 사정이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세계를 선도한다는 나라들이 부랴부랴 방역 체계를 풀가동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변종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명 피해만큼이나 걱정스러운 것이 얼어붙은 경제활동과 그에 따른 세계 경제의 전신마비다. 이제는 대화재로 번져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다.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공장이 문을 닫고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공급과 수요가 모두 얼어붙고 있고 각국은 파장을 줄여보고자 무한정 재정확장, 금리 인하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세계로 가는 길은 막혀 대외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경제는 ‘생존의 위기’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전략과 지원은 이제 시작이고,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수단을 강구하든 험난한 미지의 길을 가야 한다.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는 절박함에, 우리 등을 떼미는 공포심 속에 피어난 묘책이란 것들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한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런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소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30일 그렇게 하기로 확정했다. 중소상공인·자영업자·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게 신속히 구매력을 제공해 경제가 마비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일 테다. 비슷한 이름의 기본소득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살포되고 있다.

어려운 이들을 돕자는 선의도 좋고, 경제를 위해서라는 대의도 좋다. 손님이 없어 수입이 급감한 동네 슈퍼 사장님에게 당장 월세를 낼 돈이 생긴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말이다. 5100만 국민에게 100만원씩 줬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용은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그 돈을 어디에서 마련하고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는다.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주려면 51조원이 필요한데 이 천문학적 금액이 누군가가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해도 눈앞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다음 세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채무에 허덕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발상은 나라가 먼저 빚을 내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면 이를 바탕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발상과 맥을 같이한다. 이왕이면 전 국민에게 한 달에 1000만원쯤 나눠주면 어떤가? 그럼 온 국민이 월급쟁이의 꿈인 억대 연봉자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그동안 아무도 이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 답은 간단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지금 빚을 내면 시간이 지난 만큼 그 빚에 이자까지 붙여서 갚아야 하는 게 이치이기 때문이다.

당장 어렵다고 현금을 나눠주면 잠깐은 언 발이 따뜻해지겠지만 털신을 신지 않는 한 잠시 녹은 발은 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정말 필요한 건 영하 50도에도 끄떡없는 털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책이다. 51조원이나 빚내서 국민에게 100만원씩 나눠주는 것보다 5100조원(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의 국부를 창출해 전 국민이 매년 1억원씩 벌도록 하는 게 더 좋고 바람직하지 않을까? 내가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것보다 스스로 밭을 갈고 씨를 뿌려 거두는 수확이 더 가치 있는 법이니 조금은 더디고 고통스럽더라도 그 길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이미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나랏빚을 갚아 나가면서 미래 먹거리를 개발해 파이를 키울 것인지, 그동안 만들어 놓은 파이를 잘라 먹으며 당장의 허기를 달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정치인들처럼 눈앞의 표를 위해 현금을 나눠주는 복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빚잔치를 벌여가며 돈을 풀면 한 세대는 풍요롭게 보낼 수 있을지 몰라도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는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고지서에 허리가 휠지도 모른다.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오늘 저녁 아이들과 상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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