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밋 전 회장은 ‘최후의 진정한 디지털 인프라’라는 글에서 “이번 사태에서 빛을 발한 온라인·디지털 기술이 앞으로 재택교육·바이오산업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나 바이오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부를 도와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라고 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국인들은 증거와 문제해결 능력, 합의점 도출 역량 등에 기반한 리더십에 감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식평론가인 비 윌슨이 “중앙에 음식을 두고 같이 먹는 식사방식이 코로나19로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도 흥미롭다. 이 밖에도 공연·예술·스포츠산업의 퇴조와 가족의 유대 강화,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새로운 직장문화 형성 등이 메가 트렌드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비단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고 앞으로 더 뚜렷하게 전개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이 중 상당수 예측이 국내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초·중·고교 개학이 계속 미뤄지면서 일선 학교들은 구글의 메신저 ‘행아웃’과 온라인 수업용 앱 ‘클래스룸’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 준비에 한창이다. 서울에선 ‘원격수업 시범학교’ 10곳이 어제부터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본격화하면서 온 가족이 모여 점심·저녁을 함께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코로나19와 한창 ‘사투’를 벌이고 있는 유럽에서도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고 나면 그런 변화를 체감할 가능성이 높은 흐름이기도 하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선진국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우리가 한발 앞서 적극 대처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침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세계적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것을 계기로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터다. 원격의료 등 바이오산업 곳곳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 반도체를 이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초·중·고교 원격교육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각급 학교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등 원격교육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정보화 혁명에는 앞섰지만 4차 산업혁명에는 미국 중국 등에 크게 뒤처져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세계적 재앙이 된 코로나 사태가 역설적으로 한국에는 선진국과의 간극을 좁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기회를 살리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극적 반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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