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삼정KPMG "한국 헬스케어 기술력, 미국보다 4.5년 뒤쳐져... 정부 주도 대규모 프로젝트로 헬스케어 산업 진입 장벽 낮춰야"

입력 2020-03-30 17:48  

≪이 기사는 03월30일(17: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 헬스케어 산업의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기업들이 헬스케어 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정KPMG(회장 김교태)는 30일 발간한 보고서(데이터 3법 통과: 의료 데이터, 개방을 넘어 활용으로)에서 "2014년 이후 설립된 전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누적 투자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에 한국 국내 기업이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은 작년 5월 기준으로 6조 건에 달하는 공공의료 빅데이터, 90%를 상회하는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 등을 갖춰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정작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 기술력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설립된 전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누적 투자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에 미국은 총 72개사가 포함됐고, 영국(4개), 인도(4개), 스웨덴(3개), 프랑스(3개)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경우 의료 데이터 보유량과 인프라 보급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 받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투자액 기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상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헬스케어 기술력의 전체 평균은 미국보다 약 4년 반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5대(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특허청에 접수된 맞춤형 헬스케어 관련 특허 출원 건수도 미국의 7% 수준인 1588건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적은 건수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상위 100대 기업 중 63개사가 국내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의 사업이 제한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보고서는 데이터 3법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세부 법안들의 규정화와 의료법과의 충돌 해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불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헬스케어 산업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입 규제 개선을 위해 비식별화된 의료정보 개념 법제화, 자율적 활용에 대한 규제 명확화, 원격의료 허용 범위의 점진적 확대와 같은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글로벌 사례로는 ▲정부의 대규모 코호트 구축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력을 갖춘 테크 기업들을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시킨 미국의 ‘All-of-US’ 프로그램 ▲건강정보를 ‘필요배려 개인정보’로 분류하고 데이터를 활용도를 적극적으로 높인 일본의 ‘차세대의료기반법’ ▲대규모의 헬스케어 관련 모든 데이터를 중앙화시킨 핀란드의 ‘바이오뱅크’와 ‘칸타(Kanta) 시스템‘ 등이 소개됐다.

보고서는 기업 또한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기술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선진 기업들은 ▲빅데이터 관리•분석 전문 인력 양성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는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및 학습 투자 ▲의료 빅데이터 저장 공간 확보 위한 클라우드 기술 발전 등 정부의 적극적인 의료 빅데이터 지원 정책과 발맞춰 기업 자체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정KPMG 헬스케어 산업 리더인 박경수 이사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을 위해서는 1명의 유전자, 진료기록, 라이프로그(life log)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 정보는 각기 다른 기관을 통해서 수집되기 때문에 정부 주도하에 통합하지 않는 이상 민간기관에서 통합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이사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기업들이 헬스케어 산업에 진입 할 수 있는 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기업들도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인재 확보가 시급하며 필요하다면 ICT 기업의 인수 혹은 협업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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