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산운용사 사장의 조언…"1년 후 본다면 주식보다 原油"

입력 2020-03-31 17:35   수정 2020-04-0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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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사람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는 항상 투자 아이디어가 오간다. 3월 초까지는 주로 하소연이었다. 쉽게 말하면 “물렸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얼마 전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할 만한 종목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큰 고민 없이 “1년 뒤를 본다면 주식을 살 바에는 원유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져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얘기였다.

그의 논리는 명쾌했다. 우선 가격이 싸다. 작년 말 배럴당 61.06달러였던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월 30일 장중 19.27달러까지 빠졌다. 석 달 새 68.44% 급락했다. 앞으로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그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유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경쟁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 더. 원유를 저장하는 저장고가 막 뽑아낸 원유를 보관할 만큼 용량이 안 된다는 근거도 들었다. 원유컨설팅 업체인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세계 원유 및 정유제품 저장 능력은 76% 정도 가동되고 있다. 이대로 생산하면 9개월 뒤면 전 세계 저장시설이 모두 꽉 차버릴 것이라는 게 DB금융투자의 전망이다. 저장 용량이 꽉 찬다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그는 “다만 누구도 바닥을 확신할 수 없으니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다”며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꾸준히 사면 주식보다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개인투자자가 원유에 투자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세 가지다. 펀드에 가입하거나 해외 원유 선물, 상장지수채권(ETN)을 사면 된다. 일반 펀드는 증권사 창구 등에서 가입하면 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ETN은 주식시장에서 거래하면 된다. ETF와 ETN은 시장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어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ETF, ETN은 유가가 급변동하면 이를 즉각 반영하지 못해 괴리율(순자산 가치 대비 시장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ETF, ETN은 롤오버(만기 연장)에 따른 비용도 들어간다.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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