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日 재도전…'옛 동지' 네이버와 격돌

입력 2020-03-31 17:26   수정 2020-04-01 01:28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다시 한 번 일본 시장에 도전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본사 채용사이트에서 일본 서비스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다. 회사 측은 채용 공고에서 “일본 현지 사용자를 위한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채용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일본 사업을 전담하는 팀을 꾸릴 예정이다.

6년 만에 일본 재진출

우아한형제들의 일본 진출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4년 10월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과 손잡고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배달 앱 ‘라인와우’를 선보이고 도쿄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했다. 사업은 1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선 음식을 배달시키는 가정이 많지 않았다. 간편하게 음식을 구할 수 있는 편의점이 많다는 것도 사업의 걸림돌 중 하나였다.

우아한형제들이 일본 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것은 ‘이번엔 다르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일본 배달음식 시장은 우아한형제들이 철수한 뒤 꾸준히 성장했다. 맞벌이 세대와 고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간편하게 음식을 시켜 먹는 배달 앱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일본의 양대 음식 배달업체인 데마에칸과 우버이츠는 사용자와 가맹점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최근 일본 배달업계에 이어진 호재도 재도전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 이후 매장에서 먹는 것이 상대적으로 비싸져 테이크아웃과 배달을 통한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소비 풍토가 확산한 것도 배달업계에 유리한 상황이다.


동지였던 네이버와 맞대결

우아한형제들은 해외시장의 문을 집요하게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사업을 시작해 호찌민 등에서 배달 앱 ‘배민(BAEMIN)’을 서비스하고 있다. 사업을 철수한 일본 시장에서도 매년 2~3차례 시장 조사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비전최고경영자(VCEO·사진)는 올해 초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사업만 하다가는 고립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다”고 말했다. 경쟁이 과열된 국내 시장 대신 일본 베트남 등 초기 단계의 해외시장으로 발을 넓혀야 꾸준한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딜리버리히어로와 40억달러(약 4조87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한 것도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김 VCEO는 합작사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게 된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 시장의 배달 서비스를 총괄하는 자리다. 일본 사업도 김 VCEO가 관장할 가능성이 높다.

우아한형제들은 6년 전까지 ‘동지’였던 네이버와 일본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2017년부터 배달 서비스 ‘라인 데리마’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인 사이에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라인에 배달 서비스를 적용한 형태다. 5월에는 300억엔(약 3380억원)을 들여 데마에칸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높일 계획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네이버는 데마에칸 지분 60%를 확보한다. 데마에칸은 연간 배달 주문 3000만 건, 2만145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회사다.

최한종/김남영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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