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O의 경고를 뒷받침하듯이 곡물 수출제한에 나서는 국가가 늘고 있다. 베트남이 지난달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한 데 이어, 캄보디아도 오는 5일부터 쌀 수출을 차단키로 했다. 태국은 계란 수출을 금지했고, 러시아는 모든 곡물 수출을 임시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카자흐스탄 등 다른 나라들도 잇따라 수출 제한에 가세하고 있다. 물류망 붕괴에 수출 제한이 더해지면 사재기 등 일대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FAO는 글로벌 식량 조달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하지만 위기 시 각국이 자국민 우선주의로 돌아서면 국제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식량 비축과 조달체계를 긴급 점검하는 등 만일에 대비해야 한다. 식량대란 경고가 이번 한 번에 그칠 일이 아닌 만큼 근본대책도 세워야 한다. 농업의 혁신이 그것이다.
지금의 쌀 중심, 소규모 전통 농업으로는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 소비 변화 추세에 맞게 고부가가치화, 생산성 제고와 함께 곡물 다양화 노력이 절실하다. 농업에서 창업이 일어나고 첨단기술과 자본 유입이 활발해지면 못 해낼 것도 없다.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식량위기는 식량의 절대 부족이 아니라 유통이 막히는 데서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선진국 기업들이 세계 곡물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해외에 곡물 터미널을 준공해 가동에 들어간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판 카길(세계 곡물 메이저 1위)이 되겠다는 하림그룹 같은 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농업을 첨단산업으로 키우면 가능한 일이다. 농업혁신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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