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급식업체…"개학 4월 넘기면 망한다"

입력 2020-04-01 16:21   수정 2020-04-02 01:05


전국 초·중·고교의 정식 개학일이 계속 연기되면서 급식 관련업체들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학교 급식 시장은 연간 5조6000억원 규모. 관련 업체만 1만 개에 달한다. 전국학교급식업체조합 회원들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개학이 1주 후 다시 2주 이런 식으로 계속 미뤄지면서 냉장과 신선식품을 사놨다가 폐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4월도 휴업하면 세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내 학교 급식은 99% 학교가 직접 업체를 선정해 진행하는 직영 형태로 이뤄진다. 학교 소속 영양사가 매달 입찰을 통해 공산품·농산물·축산물·수산물·김치 분야 납품업체를 각각 선정한다. 급식 시장은 진입장벽은 높고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산 친환경·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공산품도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소규모 업체가 들어가기 힘들고, 들어가도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을 해온 장수 업체가 대부분이다. 연매출 100억~200억원대 기업도 있지만, 평균 영업이익률은 2~3%에 못 미친다.

학교 급식업체들은 1년 중 방학 등을 제외하면 평균 185일을 일한다.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9월에 1년 먹고살 것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2월 중순부터 개학 시기가 1주, 2주 간격으로 미뤄지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직매입했다가 모두 버려야 했다. 개학을 곧 할 것 같다는 희망을 갖고 휴업 신청도 못한 채 매월 1억원이 넘는 임차료와 인건비 등을 지출했다.

서울 5대 급식 직접 납품업체 중 하나인 A사 대표는 “20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직원 월급을 못 준 일이 없었다”며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달간 급여의 50%씩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정식 급식이 시작되면 3개월에 걸쳐 나눠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합은 도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3월에 낙찰된 업체를 개학 때 재입찰 과정 없이 이월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교육부에 이미 지급된 급식비 예산을 긴급 자금으로 집행해 달라는 등의 요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학교에 보증보험을 끊어주는 방식으로 급식비를 선지급 받으면 당장 폐업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급식 납품 업체들이 무너지면 개학 이후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생 업체들과 계약할 경우 급식 사고 등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급식은 각 시·도교육청 관할로 수많은 업체가 매월 입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교육부에서 단일 지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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