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커머스, 폭풍성장…거래액 1조→3조

입력 2020-04-01 17:17   수정 2020-04-02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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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선물하기 코너에 1일 ‘뻥이요’가 등장했다. 뻥이요는 서울식품공업이 1982년 내놓은 ‘추억의 과자’다. 이 마케팅은 대박을 터뜨렸다. 이날 카카오톡 선물하기 1위는 뻥이요였다. 커피, 치킨, 케이크 등 선물하기 ‘스테디셀러’를 모두 제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과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 등이 재미로 뻥이요를 주고받았다. 카카오 선물하기가 ‘국민적 놀이’가 된 셈이다.

거래액 3조원에 달해

카카오 선물하기의 ‘대중화’는 숫자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커머스는 1일 실적을 공개했다. 2018년 말 카카오에서 분사한 뒤 내놓은 첫 ‘성적표’다. 온라인 쇼핑 회사의 외형 지표로는 주로 거래액이 활용된다. 상품 판매 시 수수료만 계산하는 매출과 달리, 상품 전체의 판매액을 합산한다. 지난해 거래액은 약 3조원. 2017년(약 1조원)의 세 배로 증가했다. 수천만 종류의 물건을 판매하는 e커머스(전자상거래) 티몬과 비슷했다.

외형보다 더 주목되는 것이 높은 수익성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2961억원, 영업이익 76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5%다. 국내 e커머스 대부분이 적자를 보고 있음을 감안하면 독보적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물하기 급증

카카오커머스가 성장성, 수익성 모두를 잡은 비결은 시장 선점에 있다. 카카오가 선물하기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2010년 말이었다. 모바일 커피 쿠폰 등을 주로 팔았다. 초기엔 구매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익숙지 않다 보니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들도 사용법을 대부분 몰랐다. 간혹 구매한 사람은 “집으로 커피를 보내주냐”고 물었다. 카카오는 선물하기 기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시장은 금세 커지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거래액이 늘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 갑자기 폭발했다. 그해 1조원에 이르렀다. 카카오 직원들조차 놀랐을 정도였다. 유통업계에선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영향으로 분석했다.

김영란법은 선물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 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이후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 사이에서도 선물을 주고받길 꺼렸다. 하지만 ‘성의 표시’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었다. 이때 카카오 선물하기 기능이 조명받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안 쓰는 사람이 드물어 선물을 주면 상대방이 최소한 확인할 수는 있었다. 선물 대부분이 5만원 미만이어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크지 않았다. 카카오는 ‘거절하기’ 기능을 2016년 말 넣어 싫으면 거절할 수도 있게 했다.

홍은택 대표 “생산자들과 윈윈하겠다”

카카오커머스는 홍은택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동아일보, NHN 등을 거쳐 2012년 카카오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장르소설, 웹툰 등의 사업을 주도했다. 2016년 중소 상공인의 재고 부담을 줄여주는 유통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카카오메이커스’를 선보인 것이 온라인 쇼핑 사업을 시작한 계기다. 2018년 카카오에서 카카오커머스가 분사할 때 초대 대표를 맡았다.

홍 대표는 이후 사업 확장에 주력했다. 기존 선물하기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유망한 생산자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 플랫폼이 되도록 지시했다. 홍 대표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이 고객만 바라볼 때 우리는 생산자를 바라보면서, 생산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되도록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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