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윤모씨(45)는 지난달 22일부터 문을 닫았던 헬스장을 며칠 전 다시 열었다. 영업 중단이 길어지면서 회원들의 계약해지가 줄을 잇자 영업을 강행키로 한 것이다. 회원들에게 재등록을 하면 할인해준다는 광고문자도 보냈다. 윤씨는 “1월부터 전체 회원의 20%가 해지를 했는데 앉아서 손해만 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을 중단했던 PC방, 헬스장들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영업 중단에 따른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보건당국으로부터 고발당할 위험까지 무릅쓴 것이다.
“문 닫으면 손해만 수천만원인데…”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 등록된 무도학원, 체육도장 등 체력단련시설 4724곳 가운데 영업을 중단한 비율은 65% 수준으로 추산된다. PC방은 3887곳 중 영업을 중단한 비율이 55%다.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종교시설,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의 영업 중단을 골자로 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운영하려면 출입구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사람 간 간격을 1~2m씩 유지하는 등 업종별 방역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손해배상(구상권)도 청구된다.
그러나 다시 문을 여는 헬스장·PC방이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 중인 최모씨(38)는 “임차료만 한 달에 1500만원인데 2주간 영업을 중단하면 750만원을 앉아서 손해 보는 셈”이라며 “일부 손님만이라도 계속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인근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박모씨(26)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터라 1~2m 간격을 두기도 쉬워졌다”며 “보상안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일부러 영업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 성북구, 양천구 등 서울시내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영업을 자진 중단한 PC방과 노래방 등에 휴업 일당 10만원씩,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주들은 이 같은 지원대책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헬스장 업주는 “매출 타격만 수천만원에 달하는데 100만원으로는 위로비도 되지 않는다”며 “지침 위반 시에는 벌금만 300만원인데 지원금 규모가 너무 작다”고 토로했다.
헬스장·PC방 “왜 우리만 피해 보나”
일부 업주들은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내 체육시설 운영 중단 권고조치에 따른 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와 이날 기준 4900건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자신을 대구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관장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음식점, 마트, 커피숍 등 사람이 붐비는 많은 업종 중 유독 헬스장만 제재하느냐”며 “우리만 피해를 입는 데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헬스·피트니스 업계에서는 운영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다른 업종보다 더욱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기 회원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인형 업체는 환불 요청이 몰려들어 재정상황이 더 취약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한피트니스지도자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 파산하는 업체도 생겨날 것”이라며 “필라테스와 요가 같은 생활체육시설 업종은 기업구호 긴급자금 대상에서도 제외돼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배태웅/박진우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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