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인원 중 15명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주에도 1~2명이 추가로 등원할 예정입니다."
2일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 아파트단지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 운영 현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5일까지 2주간에 걸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가정은 빠르게 늘고 있다. 맞벌이 가정 등에서 영·유아를 챙기는 것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아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는 초·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기관들의 개학을 연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집이 사실상 먼저 운영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긴급보육 이용률은 지난달말 32%에 이르렀다. 코로나 확산세가 가파르던 2월말 이용률이 10%를 밑돌았던 점과 대비된다.
긴급보육은 가정 사정상 도저히 어린이를 집에서 볼 수 없는 가정에서 원칙적으로 휴원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다. 긴급이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등원한 아이에 대한 보육 프로그램을 일반적인 어린이집 운영과 거의 차이가 없다.
전국 평균 기준으로는 32%지만 맞벌이 가정이 많은 서울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50%가 넘었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실제로 광주광역시의 긴급보육 이용률은 지난달 31일 45.4%로 전국 평균 대비 13%포인트 높았다.
긴급보육 이용률 상승은 정부가 어린이집의 공식적인 개원 시점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가정 보육이 한계에 부딪힌데 따른 결과다. 서울 마포의 맞벌이 주부 박모씨는 "2살짜리 아이를 맡아주기 위해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잠깐 올라오셨지만 한달 넘게 돌봐주는동안 아이도, 부모님도 지쳤다"며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보니 위험을 감수하고 어린이집에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등 주무부처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불가피한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긴급보육 자체를 금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정기적인 방역을 비롯해 어린이집에서 관련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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