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유동성이 불안해지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대기업에 대한 선제적 자금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위주인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상에 대기업도 전향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조기 차단’한 것으로 금융권은 해석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2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등 14곳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는 대기업 지원에 대한 정부의 원칙은 ‘시장 조달 우선’과 ‘자구노력 선행’이라고 강조했다. 손 부위원장은 “대기업은 내부 유보금, 가용자산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1차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금리, 보증료율, 만기 등의 측면에서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100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서 기업 자금 공급에 58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기본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이고, 대기업은 ‘필요 시’ 포함될 수 있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
금융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은 금리를 조금 더 부담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굴지의 대기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은행에서도 돈을 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부실이 심각해진 일부 기업에 ‘핀셋 대책’을 가동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대기업을 지원했을 때 따라오게 될 ‘특혜 논란’도 부담이다. 금융당국 안에서는 “대기업이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는 것도 시장을 교란할 수 있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는 시각이 있다.
손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단기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유동성 우려 등 불안심리가 확산됐으나 3월이 비교적 무난하게 지나갔다”고 했다. 그는 “4월에도 채권시장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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