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만이 아니다. 글로벌 우량기업인 포천 500대 기업 CEO의 평균 연령은 작년 기준으로 52.8세다. 10년 전보다 다섯 살가량 많아졌다. 연말이면 ‘젊은 CEO로 물갈이’ 같은 기업 인사 기사가 많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뿌리 깊은 장유유서(長幼有序)와 연공서열 문화가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1118명이 입후보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5060세대 후보가 74.2%를 차지한다. 2030은 다 합쳐도 6.3%에 불과하다.
연륜이 높은 CEO가 실력까지 겸비했다는 게 그동안의 인식이다. 요즘은 그런 ‘경륜’이란 말을 쓰는 사람이 줄었다. 과거 경험과 잣대의 쓰임새가 최근의 광속경쟁 사회에서 현저히 적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도전의식과 변화 추구, 디지털 마인드 등을 갖춘 ‘젊은 피’의 특장점이 주목받고 있다.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1991년 한 증권사 지점장 때 강조한 말이 있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뿐이다.” 당시 그의 돌관(突貫) 능력은 38세라는 젊음 덕분이기도 했다. 사원에서 CEO까지 오른 인물은 직원들의 롤모델이다. 이는 훌륭한 경영자가 계속 배출되는 자양분이다. 그 신화가 국내에서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다. 동시에 2000년대 들어 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도 네이버 카카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스타트업이면 몰라도 전통기업에서 40대 초반의 CEO가 발탁되기는 이런 분위기에서 쉽지 않다.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만에 기업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김세호 쌍방울 대표의 최근 사례에서 ‘샐러리맨 신화’의 새로운 지평을 본다. 올해 42세인 그는 “삼성이 제일모직을 근간으로 그룹사로 성장한 것처럼 우리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와 기업이 노쇠해지지 않으려면 이같은 인물이 더 많아져야 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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