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 새 주인 내주 결정…사모펀드 인수 우려도

입력 2020-04-02 17:19   수정 2020-04-03 10:01

푸르덴셜생명의 새 주인이 이르면 다음주 결정된다. 인수 후보들이 막판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 시장이 얼어붙고 금리가 급격히 인하돼 인수 후 시나리오 변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업계 전체가 성장동력을 잃고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푸르덴셜생명 새 주인 곧 결정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 측은 이번주 최종 인수 후보 두세 곳을 대상으로 프로그레시브딜(경매호가식 입찰)을 진행 중이다. 본입찰에서 나온 최고 금액(2조원대 초반)보다 가격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달 19일 이뤄진 본입찰에는 KB금융과 대만 푸본생명을 비롯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IMM PE, 한앤컴퍼니 등이 참여했다. 매각 측은 가격 조건을 후보별로 막판 조율한 뒤 다음주께 우선협상대상자 한 곳을 선정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변한 금융 환경이 얼마나 영향을 줄지가 최종 가격의 관건이다. 최근 한 달 새 대부분의 금융사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보험업종은 악재가 더 많다.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유례없는 초저금리 환경에 접어든 탓이다. 과거에 판 고금리 상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보험업계에는 ‘역마진’ 우려가 현실이 됐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인수 후보들이 무리한 ‘베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장기 경영전략 중요해져”

업황이 악화되면서 재무적 투자자(FI)의 인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수 후 몇 년 안에 회사 가치를 올려 되파는 사모펀드의 전략이 먹혀들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는 떨어지고 자본 규제도 계속 강화되면서 장기적인 경영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 단기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추가 자본 투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자금을 회수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딜레마다. 순이익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저금리 기조에서 성장이 쉽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을 올리기 어려우면 장기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배당을 키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위기 가능성을 고려해 금융사들에 당분간 배당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자금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도 악재 중 하나다. 사모펀드는 인수금융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최대한 차입해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주요 증권사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자금 경색 우려에 빠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 측이 신속한 거래 종결 가능성도 중요하게 따지기 때문에 인수금융 시장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는 평가 요소”라며 “업황은 어렵지만 얼마 남지 않은 알짜매물이어서 매각 가격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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