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모처럼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당장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웅위기 때만 떠올려도 당시에는 모두가 공포에 떨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때만큼 좋은 재테크 기회도 없었다는 생각을 다들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어떤 자산에, 어느 정도 금액을, 어떻게 투자해야 할 것이냐 하는 문제와 맞딱뜨리면 결정이 쉽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개미들이 삼성전자 등 가격이 떨어진 국내 주식을 연일 매수하며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삼성전자를 언제 어떤 가격에 사야 하는지, 샀다면 언제까지 홀딩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
그럼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까? 남들 다 마이너스 통장에다 집 담보로 돈 꿔가며 대박을 노린다는데 나만 가만 있기도 그렇고 그냥 있다가는 몇년 뒤에는 땅을 치고 후회할 것도 같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어떤 자산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지 한번 정리해봤다.
주식만 쳐다보지 말자
보통 개인들이 용돈 좀 모아 투자하는 것은 주식이고 요즘엔 각종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 채권) 투자도 좀 하는 듯하다. 좀 돈 있는 이들은 DLS(파생결합증권) 나 ELS(주가연계증권) 등에도 투자하지만 지금처럼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폭락하는 때는 원금 손실보기 십상이다.
ELS DLS 같은 상품은 주가 금리 등 기초자산이 급등락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다시 말해 시장에 큰 변고가 없다는 가정하에 은행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인데 요즘처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역대급일 때는 그야말로 한방에 가버릴 수 있다. 1년중 10개월 벌다가 1,2 개월만에 그동안 번 것을 다 날리고 원금까지 토해낼 수 있는 게 이런 상품들이다. 옵션 양매도와 비슷한 이런 상품들은 요즘 같이 시장이 출렁일 때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그럼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할까.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는 투자를 꺼린다. 하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곳에 투자해도 깨지는 판이니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지금처럼 뭔가 기회가 왔다고 생각되는 시점에는 좀 시야를 넓힐 필요도 있다.
우선 주식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 요즘엔 주식 외에 달러 등 외환, 금, 원유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이 있고 이런 상품은 직접 투자할 수도 있고 관련 ETF나 ETN을 통해 거래할 수도 있다. 만약 자신이 어떤 주식을 고를지 잘 모르겠다면, 그리고 애써 고른 주식이 시장이 반등한다고 꼭 따라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면 굳이 주식만 바라볼 게 아니라 다른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릴 필요도 있다.
'오른다'에만 베팅하지 말자
투자 방향에 대한 생각도 좀 바꿀 필요가 있다. 거의 모든 이들은 가격이 오르는 자산에만 목을 맨다. 주식이든 금이든 채권이든 부동산이든 간에... 하지만 모든 자산 가격은 오르기도 하지만 내리기도 하는 법. 그리고 가격이 내리는 것에도 돈을 걸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다. 이번 코로나 폭락장에서 정말 큰 돈을 번 사람들은 '내린다'에 베팅한 사람들이다. 주가지수이든, 특정 기업의 주가든 내린다에 베팅한 이들은 짭짤한 수익을 챙겼을 것이다. 최근 배럴당 1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유가도 마찬가지다. 유가를 short(내린다에 베팅)한 이들은 최근 두달 반 사이에 유가가 3분의 1 토막이 나면서 엄청난 돈을 벌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주가를 비롯, 대다수 자산 가격은 오를 때는 오랜기간 찔끔찔끔 오르는 반면 내릴 때는 단기간내에 급격히 떨어진다. '내린다' 베팅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큰 돈을 벌 가능성이 더 큰 셈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왠지 '내린다'에 베팅하는 것을 망설인다. 익숙치도 않는데다 뭔가 부정적인 일에 돈을 거는 것 같아서 꺼리는 측면도 있는 듯하다. 공매도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마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맨날 가격이 오를 것들만 찾아 헤메지 말고 가격이 떨어질 것도 찾아서 투자해본다면 그만큼 시야도 넓어지고 투자할 곳도 많아 진다.
그럼 뭘 어떻게 투자하라고?
주변에 보면 미국 달러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정말 은행에 가서 달러를 현찰로 사려는 사람이 아직도 꽤 있다. 해외여행 가면서 다들 겪어봤겠지만 외국 돈은 살 때와 팔 때 가격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런데 달러 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해 은행 창구에 가서 달러 현찰을 사는 것은 '투자'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게 투자의 기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국내 거래소에는 이미 오래전 달러 선물이 상장돼 있다. 달러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면 선물계좌를 하나 개설해 여기서 거래를 하면 된다. 증권사 HTS로 주식 매매하듯이 달러 선물도 그렇게 거래하면 된다. 주식과 다르다면 달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면 달러 선물을 매도하면 된다. 선물을 처음 거래하는 사람은 다만 일정시간 사전 교육과 모의투자를 해야한다는 점은 있다.
선물거래라고 하면 겁부터 먹는 사람이 많지만 달러를 현물 거래할 때에 비해 훨씬 편하고 거래비용이 훨씬 적고 적은 금액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달러를 거래할 수 있다.
달러는 해외선물 거래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증권사에서 해외선물 계좌를 개설하면 달러 뿐 아니라 여러나라의 통화를 일정한 증거금을 내면 거래할 수 있다. 국내 선물을 거래할 때와는 달리 사전 교육과 모의투자 의무가 없다.
원유, 해외지수, 금리, 농산물, 금 등 금속 뭐든지 투자할 수 있다
1월초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근 배럴당 20달러 전후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위기에다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간 증산 경쟁이 겹친 탓이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인 만큼 시간 문제일 뿐, 현재의 유가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만약에 유가가 최소 배럴당 40달러까지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유가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가 투자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관련 ETF나 ETN을 사도 되고 직접 해외선물 계좌를 개설해 WTI나 브렌트유 선물을 사도된다. ETF ETN은 거래가 쉽고 원유 선물 직접 거래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레버리지가 크지 않다. 또 '오른다'에만 베팅이 가능하고 원유 선물과는 달리 유가 하락에는 베팅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유가 선물 투자에는 매월 만기가 도래하는 원유 선물의 특성상 롤오버(새로운 만기물로 갈아타는 것)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해외 선물 계좌를 개설하고 상품을 검색해보면 HTS에서 클릭만으로 참으로 다양한 전 세계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각종 통화는 물론 각국의 주가지수, 각국 국채, 금 은 구리 등 금속, 쌀 옥수수 콩 밀 등 농산물, 천연가스 난방유 휘발유 원유 등 각종 에너지, 각종 육류까지도 거래할 수 있다. 이 많은 상품을 마우스 클릭만으로 거래할 수 있다니 멋지지 않나. 마차 자신이 글로벌 펀드매니저라도 되는 듯한 기분도 맛볼 수 있다.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해외선물 계좌를 개설하고 한 종목을 택해 최소 금액으로 한 계약만 거래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종목에 익숙해지면 다른 상품 거래는 마치 주식시장에서 여러 주식을 골라 매매하는 것처럼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해 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해외선물 상품들은 종류가 다양한데다 양방향 거래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다시 말해 오른다 뿐 아니라 내린다에도 언제든 베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상품별 만기나 증거금 등에 대해서는 물론 사전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레버리지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큰 수익도 가능한 반면 큰 손실도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조심해야 한다. 증거금을 넉넉히 잡아서 레버리지를 낮춰 거래하는 것이 '안전' 투자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들어 WTI 한 계약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위탁증거금)이 지금은 5600달러다. 한국 돈으로는 690만원 가량된다. 690만원을 계좌에 입금하면 1계약을 거래할 수 있지만 손실이 일정 폭 발생하면 추가로 돈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손실이 생겨 나의 WTI 매수 또는 매도 포지션의 평가액이 5040달러(유지증거금이라 부른다)가 되면 이런 상황이 온다. 따라서 690만원이 1 계약을 거래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이지만 넉넉하게 세배 정도의 증거금, 다시말해 690만원의 3배 가량의 금액인 약 2000만원 정도를 입금하고 1계약 정도를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른 해외 선물 상품들도 1계약을 거래할 시작할 수 있는 위탁증거금과 유지증거금이 약간씩 차이가 있을 뿐 기타 거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상 화폐까지?
3월 초 전 세계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급락할 때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 코인 가격 역시 급락했다. 2월말 1200만원에 육박하던 것이 3월13일에는 한 때 600만원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무시무시한 폭락인 셈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폭락한 것을 감안하면 비트코인만 유독 더 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전 세계가 제로금리로 다시 회귀하고 있고 양적완화로 엄청난 유동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풀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장기화될 경우 달러화의 위상과 관련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역할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800만원대까지 반등한 상태다. 물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현재 거래되는 각종 상품중 가장 변동성이 높고 위험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다양한 상품에도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 거래를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비트코인 한 개를 사려면 800만원이나 1200만원처럼 현 시세 만큼의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비트코인을 사고 팔 수 있을 뿐 아니라 비트코인 관련 선물 옵션 마진거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이 나와 있다. 이런 곳에도 관심을 가져두는 게 나쁘지는 않다.
어렵고 위험해서 난 싫다고?
해외 선물, 가상화폐 등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난 잘 몰라" "위험해서 싫어" 라고 반응한다. 위험한 것은 싫다면 그냥 은행 저축만 하면 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에도 관심이 없다면 0%대 금리에 만족하고 살면 된다. 하지만 당신이 지금이 뭔가 일생일대의 돈 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어렵고 모른다고 외면만 할 일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기웃거리는 곳에는 그 만큼 먹을 게 없다는 것은 진리다. 삼성전자가 언젠가는 지금 가격보다 상당히 올라가겠지만 그 전에 수 없는 가격 휘둘림이 있을 것이고 그게 몇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빚까지 땡겨 삼성전자를 산 개미중 과연 몇 %가 그 때까지 버티며 몇 %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주가가 최저가 대비 몇배 오르는 것과 내가 몇 % 수익을 올리는 것은 전혀 별개라는 것을 아마 주식 투자를 몇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이는 물론 위에서 언급한 다른 자산들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하지만 남들이 어렵다고 외면하고 두려워하는 것에서 의외의 기회가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배럴당 20달러를 왔다갔다하던 WTI 선물(5월물)이 오늘 아침에 출근했더니 밤새 25% 폭등했다는 뉴스가 눈에 들어 온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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