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털기] 美포드의 마지막 세단…독일 감성 '몬데오'

입력 2020-04-05 08:30   수정 2020-04-05 08:35


세계 완성차 업계에서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집중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준수한 세단의 명맥이 끊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포드 중형 세단 몬데오가 대표적인 경우다.

포드 코리아는 지난해 11월 몬데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몬데오는 포드가 국내에 선보이는 마지막 세단이 될 모델이지만, 비슷한 시기 인기 차량인 대형 SUV 올뉴 익스플로러가 출시된 탓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포드는 SUV와 픽업트럭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세단 모델들을 단종시킬 계획이다. 몬데오의 후속 모델도 세단이 아닌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월 만나본 포드 몬데오는 차분한 외모와 달리 탄탄하고 공격적인 주행 감성을 가진 차량이었다. 외관은 기존 퓨전과 비슷하고 현대차의 아반떼 AD나 쏘나타 뉴라이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질리거나 부담스럽지 않을 외모다. 전장·전폭·전고는 4870·1850·1490mm이며 축간거리는 2850mm를 갖췄다.

차분하고 단정한 외관과 달리 실내 디자인은 다소 난해했다. 광선검을 연상시키는 계기판의 바늘은 매력적이었지만 핸들은 너무 많은 버튼이 붙어있어 기능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센터페시아는 난해함 그 자체였다. 줄지어 동그랗게 붙은 버튼은 90년대 기업 사무실 전화기를 연상시켰고 디스플레이는 작고 조작이 불편했다. 한 번에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오디오 기능 외에는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그나마 다이얼식 변속기의 존재감이 외환위기 시절 전화기의 기억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컵홀더 부근의 디자인은 요즘 시선에서도 준수한 편이었다. 다만 오토홀드 등 운전자가 조작해야 하는 버튼이 조수석 옆에 붙어있고 스마트폰 거치대에 충전 기능이 없다는 점은 약간의 당혹감으로 남았다. 실내 디자인이 난해한 가운데 뒷좌석 공간이 쪽잠을 청하고 싶을 정도로 여유롭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었다.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하자 시원시원한 주행이 가능했다. 몬데오는 4기통 2.0L 에코블루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는 40.8kg.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을수록 동급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가속력을 보여준다. 여느 미국 차량과 달리 하체와 완충장치 세팅도 탄탄해 독일3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달리는 재미를 충족시켜줬다.

무심결에 속도 위주의 주행을 이어갔다. 산길이 포함된 국도와 고속도로 주행을 마치고 연비가 상당히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준수한 결과가 나왔다. 약 113km를 주행한 몬데오 연비는 16.5km/L로 측정됐다. 공인연비는 이보다 낮은 14.5km/L다.

높은 연비에서 재미있는 주행이 가능했지만, 동급 차량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차로유지보조·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의 첨단 기능이 빠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최근에는 국산 뿐 아니라 동급 수입차들도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대폭 개선하고 있는 부분을 감안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수입차 치고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기본기가 탄탄해 유럽 감성의 펀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점은 포드 몬데오의 강점이다. 재미있는 운전을 하고 싶은데 뒷좌석에 태워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 몬데오는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동급 수입 세단을 감안하면 4000만원 초반인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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