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해외 헤지펀드 운용사 4곳을 새로 선정해 약 1조원을 약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재간접 헤지펀드(펀드오브펀드)가 아닌 단독(싱글)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4분기 크레이벌(Crabel) 캐피털매니지먼트, 마샬 웨이스(Marshall Wace), 펜트워터(Pentwater) 캐피털매니지먼트, 워터폴(waterfall) 애셋매니지먼트 등을 새 헤지펀드 운용사로 선정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운용사 당 약정액과 현재까지의 투자 집행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4개 운용사에 약정한 1조원을 모두 집행할 경우 해외 헤지펀드 투자액은 약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헤지펀드 투자를 허용하면서 재간접펀드를 통해서만 투자하도록 했다. 일단 재간접펀드에 돈을 맡기고 투자 경험을 쌓자는 취지였다. 이에 국민연금은 2016년 GCM 그로브너(Grosvenor)와 블랙록(Blackrock)을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사로 선정하고 각 5000억원씩 총 1조원을 출자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5월 투자 범위를 싱글 헤지펀드로 넓히는 안을 의결했다. 4년여간 충분히 경험을 쌓은만큼 국민연금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각 투자 전략을 맡을 운용사를 선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4분기 4개 운용사를 추가로 선정했다. 다양한 투자 전략을 포트폴리오에 담기 위해 각 분야 전문 운용사를 골고루 뽑았다.
크레이벌은 알고리즘을 통해 원자재 선물 등을 사고 팔면서 거시경제(매크로) 방향에 베팅하는 CTA 전문 운용사다. 마샬 웨이스는 전통적인 주식 롱쇼트 전략을 구사한다. 펜트워터는 기업 인수합병(M&A) 등 이벤트를 투자 기회로 삼는 이벤트드리븐(event driven) 전문 헤지펀드다. 워터폴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구조화 채권에 투자하는 회사다.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싱글 헤지펀드 운용사를 추가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헤지펀드 투자 가능 금액은 총 자산의 0.5%다. 지난 1월말 현재 총 운용자산 743조 기준으로 3조7000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총 운용자산이 계속 불어나는만큼 헤지펀드 투자금액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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