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목이 빠져라 바라던 JTBC ‘날찾아’ 전 베스트셀러 작가 문정희의 신작 계약이 성사됐다. 그녀는 또 어떤 이야기로 문학계를 뒤흔들까. 제작진은 “첫 문장부터 숨이 멎는 듯 강렬할 것”이라고 귀띔해 눈길을 끈다.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심명여(문정희)는 잘 나가던 베스트셀러 작가로 누구보다 화려한 인생을 살았다.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조용한 시골마을 북현리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표작 ‘비어있는 풀밭’의 “혜천호 물결 위로 진눈깨비가 떨어져 내렸다. 지난밤 그들이 사랑했던 시간은 거짓말처럼 녹아 사라졌다. 와이는 풀밖에 남기고 온 그를 생각했다. 얼마나 고통의 변방을 방황해야 그 기억을 깨끗이 죽여 없앨 수 있을까”라는 유려한 문장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가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명여를 아는 모두가 이 돌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잘나가는 작가의 생활을 아무 이유도 없이 때려치우고 시골 마을에서 펜션을 운영하다니, 다시는 그녀의 글을 읽을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랬던 명여가 다시 책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사람이 밑바닥까지 닿으면 치고 올라가기 마련이라더니 그녀에게 찾아온 가난과 궁핍이 메말라 있던 창작의 샘을 솟게 했다. 생계 수단이었던 호두하우스는 1년 전 진작 폐업했고, 그동안 인세로 근근이 먹고살고 있었던 명여에게 닥친 호두하우스 대공사는 무려 5년 치 생활비와 맞먹었기 때문. 없으면 또 없는 대로 먹고살면 그만이지만 때마침 출판사에서 제안이 오자 말이라도 들어볼 참이었다.
명여의 책을 내준다던 출판사 편집장이자 과거 연인 사이였던 윤택(황건)은 아주 흥미로운 제안을 해왔다. “네 대학 얘기서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거야”라는 것. 사실 그는 오래도록 알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2010년 9월 5일 아침 9시 23분, 연인이었던 명여에게서 온 “헤어지자”라는 한 통의 문자 메시지에 담긴 진실이다.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아무리 골머리를 써 봐도 당최 이별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내준다는 핑계를 삼아 픽션과 논픽션을 섞어도 좋으니 그날의 이야기를 간절히 알고 싶었다.
명여는 그날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내 사랑 울보’에게 헤어지자는 끔찍한 문자를 보내던 날 명여는 경찰서에 있었다. 형부이자 해원(목해원)의 아빠가 죽은 날이었다. 아직까지도 오늘 일인 것처럼 뚜렷했지만, 윤택에겐 십 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초록색으로 변한 그녀의 눈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명여는 자신의 언니 명주(진희경)가 주홍에게 가정폭력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국은 명주가 주홍의 폭력을 참지 못하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아님 또 다른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것인지, 충격에 넋이 빠져있는 해원을 보곤 그 문자를 보낸 것.
마침내 명여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대신 논픽션도 섞는 것으로 신작 계약을 마무리했다. 그녀의 눈으로 바라본 2010년 9월 5일의 진실은 무엇일지, ‘내 사랑 울보’로 저장해 놓을 만큼 사랑했던 윤택과의 사이를 “헤어지자”라는 단 한 통의 매정한 문자로 정리한 이유는 무엇일지, 제작진마저 첫 문장부터 강렬할 것이라고 예고한 그녀의 신작을 하루빨리 읽고 싶어진다.
‘날찾아’ 매주 월, 화 밤 9시 30분 JTBC 방송.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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