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약집에 ‘대기업’이란 말은 공정·상생 부문에만 나옵니다.”(경제단체 관계자) “총선 공약도 친노동·환경규제 일색이네요.”(대기업 임원)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공약에 대기업 지원책을 일절 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을 압박하면서 반대급부 대신 기업 지배구조, 노동, 환경 등 분야의 각종 규제만 강화하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노동·환경규제는 중소·중견기업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투표권 없는 기업이 소외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7개 공약 중 대기업 지원책 ‘0’
한국경제신문이 5일 민주당 총선 공약집을 분석한 결과 177개 공약(세부 실천과제 기준) 중 대기업을 수혜 대상으로 명시한 공약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혁신 공정 포용 안전 평화 등 5대 핵심가치와 관련 세부 실천과제를 담은 공약집 ‘더 나은 미래, 민주당이 함께합니다’를 발표했다.
기업 지원책이 담긴 ‘혁신’ 부문에는 벤처·중소기업만 수혜 대상으로 적시돼 있다. ‘제조업 혁신성장 및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지만 지원 대상은 ‘중소·중견기업의 설비투자 등’으로 한정했다. 시스템 반도체 등 신산업 육성과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는 대기업에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만 주문했다.
민주당과 비례대표 선거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5일 공동으로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공약에도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이유로 더욱 강력한 복합쇼핑몰 규제 방침이 담겼다. 민주당 등은 공약에서 도시계획 단계부터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의 입지를 제한하고 대형마트처럼 의무휴무일을 두게 하겠다고 밝혔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소상공인의 가장 큰 경쟁자는 온라인 쇼핑이라는 점을 간과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양당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수수료를 규제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도 공약에 담았다.
중기까지 옥죄는 노동규제
민주당 총선 공약집에는 기업 지원책을 찾기 힘든 반면 규제 강화 방안은 대거 담겼다. 노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5인 미만’ 사업체 종사 노동자의 노동관계법상 권리 보장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추진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1년 미만 근속 노동자에 대한 퇴직급여 보장은 단기 근속자를 주로 쓰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ILO 기본협약 비준,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은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반대하는 사항이다.
민주당은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공약도 줄지어 내놨다.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재벌 일가 경제범죄 처벌 강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을 약속했다.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과 경영 활동 위축을 이유로 도입에 부정적인 법안들이다.
환경 분야에도 기업을 옥죄는 공약이 즐비하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친환경 그린뉴딜 정책 재원 마련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탄소세와 오염물질 권역별 총량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통합당은 ‘재탕’ 정책에 머물러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미래통합당은 법인세 인하 등 기업 지원책을 총선 공약에 다수 담았다. 현행 4단계 법인세 누진 구조를 2단계로 축소하고 과표구간별 세율을 2~5%포인트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수탈적 상속·증여세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다”며 주식 등에 대한 할증평가제를 폐지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상속세율 인하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통합당의 공약도 20대 국회에서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추진해온 내용의 ‘재탕’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통합당 공약은 대부분 이미 논의됐던 사항”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위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공약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소현/임도원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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