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과외'가 마스크 줄서기 없앴다…박영선도 칭찬한 '자상한 기업'

입력 2020-04-06 17:18   수정 2020-04-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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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은 상생과 연대의 관계입니다.”

국회의원 시절 ‘삼성 저격수’로 통했던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삼성의 상생 노력과 성과에 대해 이례적으로 높은 평가를 내놨다. 경제계에선 삼성전자가 중소기업 대상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상생협력’에 나서면서 박 장관의 삼성에 대한 선입견이 걷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기부는 7일 ‘마스크 생산 숨은 조력자인 자상한 기업, 스마트공장 빛을 발하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삼성전자가 마스크 제조업체 네 곳을 지원해 추가 투자 없이 생산량을 단기간에 51% 끌어올렸다는 소개 내용이 담긴 자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생산공정 개선과 기술지도에 나선 결과 마스크 제조 업체인 E&W, 레스텍, 에버그린, 화진산업의 하루 생산량이 기존 92만 개에서 139만 개로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마스크업체에 먼저 다가간 건 삼성전자다. 마스크업체 네 곳이 생산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경력 25년 이상 생산 전문가들을 급파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설비 구축, 기존 설비 고장 수리, 작업대 설치 등을 통해 마스크 업체의 작업 환경 개선을 도왔다.

최신식 금형을 지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마스크 업체들은 금형이 자주 훼손돼 생산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자사 금형센터를 통해 마스크 금형을 1주일 만에 개발해 업체에 제공했다. 원부자재 조달처를 뚫어주기도 했다. 김종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사장)은 마스크 필터용 원부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화진산업을 방문한 뒤 도레이첨단소재를 연결해줬다. 이후 화진산업은 4만 개에 그쳤던 하루 생산량을 10만 개로 끌어올렸다.

중기부는 작년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11개 기업과 협약을 맺고 이들 대기업의 인프라·노하우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과 공유하는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사업을 하고 있다.

중기부는 이날 자료에서 ‘자상한 기업’ 삼성전자를 14차례 언급했다. 업계에선 중기부가 자료를 통해 대기업의 선행을 집중적으로 알린 것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중기부 장관 취임 후 바뀐 박 장관의 ‘대(對)삼성관(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장관은 2005년 초선 의원 시절부터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며 삼성과 각을 세웠다. 하지만 그가 잇따라 제기한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 문제가 2018년 완전 해소됐고, 작년 9월 삼성전자가 중소기업중앙회와 ‘자상한 기업’ 협약을 맺고 중기 지원에 앞장서자 시각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기술·자본을 어떻게 스타트업에 연결하느냐에 대한민국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같은 황제 회장 시대는 지나갔다. 삼성 스스로 많이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매년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적극 시행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이 좋은 사례로 꼽힌다.

스마트공장은 생산정보 수집, 공정 제어, 라인 최적화 등을 전자시스템을 통해 운영하는 최신 생산시설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중기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기간은 2022년까지 총 5년이다. 재원은 중기부와 삼성전자가 매년 100억원씩 출연한다. 삼성전자는 추가로 100억원을 출연해 중소기업의 국내외 납품처 발굴, 글로벌 홍보,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이 스마트공장 노하우를 전수한 중소기업은 2018년 505개, 2019년 571개 등 1076개다. 2022년까지 총 2500개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도록 한다는 게 중기부와 삼성의 계획이다.

안대규/황정수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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