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생활방역 전환 위한 아이디어 모을 때"

입력 2020-04-06 18:42   수정 2020-04-06 23:17



"'코로나19와 같이 살기'인 생활방역 개념으로 방역을 전환해야 한다.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에서 각자에 맞는 생활방역 방식을 찾도록 하면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사진)의 말이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예방의학 전문가다. 학문 단계에 머물러 있던 국내 예방의학을 의료현장으로 끌어낸 1세대 학자로 꼽힌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오는 19일까지로 연장된 가운데 그에게 급히 생활방역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이 끝나지 않는 한 안심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한국만의 방식으로 대응해온 것을 잘 살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사회 활동을 함께 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감염병과 인연이 깊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후 그는 19대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으로 일하면서 각 시·도에 400병상 규모 감염병 전문병원을 세우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아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입원하지 못하는 환자가 속출한 뒤 이 법안이 재조명받았다. 그는 "수도권, 영남, 호남에 하나씩 감염병 전문병원을 세우고 연구전담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됐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생활방역 전환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서양과 달리 코로나19 억제 정책을 시행한 지 3개월이 지났다"며 "억제 전략의 큰 문제는 경제적 희생을 동반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방역을 하면서 시장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폐쇄된 공간인지, 사람이 밀집했는지, 장시간 같이 있는지 등에 따라 장소를 구분해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그는 "공원에 가서 혼자 산책하는 것은 매우 안전한 장소에서 매우 안전한 일을 하는 것"이라며 "클럽에서 장시간 춤추고 노는 것은 극단적으로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위험한 행동은 금지하되 비교적 안전한 장소에서 안전한 활동을 하는 것은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가게가 문을 열어두고 주인과 소비자가 마스크를 쓰고 어느 정도 떨어져 거래하면 위험할 것이 없다"며 "백화점, 대형마트 등도 수칙을 지키면서 상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침체된 관광산업도 마찬가지다. 45인승 관광버스에 15명만 탑승해 떨어져 앉도록 지침을 내놓고 관광지 안전수칙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면 관광도 일정 부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학교 개학을 위해선 음악실 미술실 복도 등을 활용해 교실 공간을 넓게 배치하고 쉬는 시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공간이 부족하다면 운동장에 천막을 쳐 학생들의 밀집도를 낮추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김 이사장은 "생활방역이 성공하려면 마스크 쓰기, 손씻기, 거리두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개학에 따른 국민 행동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코로나19 관리체계는 확진자를 빨리 찾아내고 확산을 막는 방역, 발생한 환자를 고치는 치료부분으로 나뉜다. 건강보험공단은 국내 의료기관들과 함께 치료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며 "국민들은 코로나19 치료 본인 부담금이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증상이 가벼운 환자 치료비는 330만원, 중간 정도 단계 환자는 1200만원 정도다. 위중한 환자는 7000만원 정도가 든다. 이를 건강보험과 세금으로 나눠 부담한다.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확진자의 기저질환을 확인해 중증도를 파악할 때도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했다. 김 이사장은 "어떤 약을 쓰면 효과 있는지 데이터를 분석해서 진료에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직원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했다. 전국 지사마다 민원 창구에는 아크릴 차단판을 세웠다. 특정한 지역 본부에서 감염이 일어나면 어떤 곳으로 기능을 이전할지 등에 대한 시나리오도 짰다. 요양시설과 병원에 방문하는 직원, 창구 민원인 등 위험도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계획도 마련했다. 김 이사장이 직책과 업무에 맞는 방역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소득기준을 건강보험료 납부액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에도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70%에게만 지급한다고 하면 간발의 차이로 못받는 가구가 생겨 기준선 부근 국민은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은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지역가입자는 건강보험료를 2018년 소득으로, 직장가입자는 2019년 소득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소득감소 등을 모두 파악해 정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이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국민 혼란이 예상되고 시기도 지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취지에도 맞고 수용성도 높아 보인다"며 "여러 정당이 논의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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