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사업 좋지만 이익은 악화?…사업모델특례 IPO 신뢰 ‘흔들’

입력 2020-04-07 14:17   수정 2020-04-07 14:19

≪이 기사는 04월06일(12:5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업모델 특례상장으로 코스닥 문턱을 넘은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일제히 고꾸라졌다. 상장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지지부진하거나 감소하고, 영업손실의 골은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독창적인 사업모델을 담보로 실적 없이도 기업공개(IPO)를 가능하게 해주는 사업모델 특례상장제도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입성한 플리토는 사업모델특례상장 제1호 기업으로 상장 당시 주목을 받았다. 음성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0억원, 영업손실 57억원을 냈다. 2018년에 비해 매출은 15억원(43.4%) 감소하고 영업손실도 41억원(243.7%) 늘어났다. 사업실적이 부진하다보니 주가도 급락했다. 공모가 대비 3일 종가 기준 괴리율은 -67.7%(1만7610원)다. 이 회사의 주가(종가 기준)는 상장 첫 달 이후 공모가(2만6000원)를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사업모델특례상장 2호로 입성한 유아용 콘텐츠제작업체 캐리소프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매출은 매출 97억원, 영업손실 17억원이었다. 2018년에 비해 매출은 2억원(-2.5%) 감소, 영업손실은 13억원(360.2%) 증가했다. 주가도 떨어졌다. 3일 종가 기준 주가와 공모가(9000원)의 괴리율은 –42.2%(3800원)다.

사업모델특례상장은 기술평가를 받기 어려운 적자기업에도 IPO 기회를 주기 위해 2017년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이 회사의 성장성을 기대하고 들어왔던 투자자들은 최근 실적 문제가 드러나며 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 보호예수에 묶여있던 벤처캐피털(VC) 등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후 이익실현에 나서며 주가 급락을 부추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플리토는 상장 전 투자했던 VC가 지분을 모두 정리해 현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는 이정수 대표가 유일하다.

캐리소프트는 사모펀드의 이익실현 과정 중 회계상 손실을 입기도 했다. 캐리소프트는 지난해 12월 브랜드케이청년창조기술금융사모투자합자회사(브랜드케이)가 보유 중이던 상환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10억원대 회계상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브랜드케이는 보통주로 전환한 주식 중 80%(63만주)를 시간외매매로 즉시 정리했다. 브랜드케이는 IBK기업은행과 엘엑스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사업모델특례로 상장한 곳이 아직 2곳 밖에 되지 않고 증시에서 거래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내는 기업이 되길 기대하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상장 후 실적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앞으로 더 면밀히 심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정 타깃 소비자에게 광고를 전달하는 플랫폼기술 업체 와이더플래닛은 사업모델특례상장 제3호 자리를 노리고 상장 심사 중에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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