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몰리는 개미들, 과감한 '거꾸로 베팅'

입력 2020-04-07 17:26   수정 2020-04-08 10:28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던 개인투자자들이 파생형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으로 급속히 몰려가고 있다. 이 덕에 국내 ETF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단기간에 많은 자금이 쏠리고 있고, 지수 상승률의 두 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과 주가가 떨어지면 이득을 보는 인버스 ETF로 ‘초보 개미’가 대거 몰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TF 거래 80% 레버리지·인버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ETF 하루 평균 거래액은 6조857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2조3597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고, 작년 같은 기간(1조4672억원) 대비 4.6배 증가했다. 이 중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거래가 5조5806억원에 달했다. 전체 거래의 80%가 넘는 규모다.

이달 들어서도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는 지난 6일까지 하루 평균 5조8576억원에 달했다. 이 중 40% 정도가 개인투자자가 한 거래다. 코스피지수가 반등한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는 전체 주식 종목 중 ‘KODEX 200선물 인버스2X’(1조1048억원)와 ‘KODEX 인버스’(2711억원)를 대거 순매수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1800을 넘어선 7일에도 개인은 레버리지 ETF를 527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인버스 ETF는 14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까지만 해도 ‘V자 반등’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개인들이 레버리지를 털고 인버스로 ‘환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방 노리다가 한 방에 갈 수도”

이 같은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개인투자자 쏠림 현상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고, 때를 잘못 맞추면 기초자산에 해당하는 지수가 등락을 거듭해 제자리로 복귀해도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가 방향성을 갖고 오르거나 떨어질 때 투자하면 유리하다. 일반 ETF는 기초지수 등락폭에 비례해 수익률이 결정되지만 레버리지 ETF는 등락폭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지수가 횡보하거나 박스권에 빠질 땐 일반 ETF보다 못한 성적을 낼 수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지수 기간 수익률의 두 배가 아니라 일간 수익률의 두 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인버스 ETF도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경제는 성장을 향해 가지만 인버스 투자는 반대로 갔을 때 이익을 본다. 최근처럼 시장 상황이 악화할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면 손해볼 수 있다.

더구나 지수가 하락하면 두 배 수익을 내는 일명 ‘곱버스(2X)’ 상품은 리스크가 더 크다. 일별 수익률은 주가지수를 따라가지만, 누적으로는 레버리지처럼 복리 효과가 일어나 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초보들은 돈을 두 배 이상 벌 수 있다는 장점만 보지만 이런 상품은 투자 후 손실이 났을 때 기다린다고 원금이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 높여”

미국은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이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주요 운용사에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 출시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3대 운용사는 이미 레버리지 상품을 거의 운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3사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수진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 과장은 “레버리지형 ETF는 시장에 긍정적인 충격으로 자금이 추가 유입될 경우 기초자산 가치보다 레버리지 ETF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지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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